‘쯔양 폭로’ 속 꾸준히 일어나는 교제폭력···법적 사각지대는 여전

김나연 기자 2024. 7. 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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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의 폭행·협박, 금품 갈취 피해사실을 털어놓고 있다. 쯔양 유튜브 갈무리

2022년 9월부터 A씨와 교제 중이던 B씨는 사귄지 3개월 지났을 때 길거리에서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헤어졌다. 1년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났지만 A씨는 갈등이 생기면 물건을 던지고 휴대전화를 부쉈다. B씨가 다시 이별을 통보하자 A씨는 선반에 흉기를 꽂으며 흥분했다. 다시 만나겠다고 했지만 “그래놓고 신고할 거잖아”라며 A씨는 B씨를 폭행했다. 이후 A씨는 거액의 돈까지 요구하며 협박을 이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는 지난 4일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에도 B씨를 폭행한 혐의로 벌금 2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에게 행한 유형력의 정도 등에 비춰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에 처벌받았음에도 다시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최근 유명 유튜버 ‘쯔양’이 전 애인으로부터 폭행, 협박과 함께 거액을 갈취당했다고 고백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인사가 얽힌 일이라 사회적 파장이 더욱 컸지만 사건의 본질은 갈수록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교제폭력이다. 교제폭력은 여전히 법적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혼인·혈연관계 이외의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다루는 법령은 없어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만 밝히면 가해자로부터 회유나 협박이 있었는지 살피지 않고 수사가 종결되기도 해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규정하는 법은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뿐이다. 교제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와 혼인관계가 아니고 스토킹을 당한 게 아니라면 가해자의 혐의는 모호해진다. 접근금지·분리조치도 불가능하다. 명확한 처벌법 없이 연인 간의 사적인 다툼 정도로 해석되는 분위기 때문에 피해자는 B씨와 쯔양처럼 폭력이 반복돼도 신고를 주저하게 된다. 오선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1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교제폭력의 가장 큰 문제는 사법제도의 틀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피해자들이 애초에 고소나 신고를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교제폭력은 살해의 고의가 드러나는 사례가 아니면 대부분 폭행죄나 협박죄로 다뤄진다. 폭행죄나 협박죄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적용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수사가 종결된다. 교제폭력은 피해자가 보복을 우려해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반의사불벌 조항은 범죄자가 피해자의 용서를 받으면 사법 체계를 빠져나가게 되는 불합리한 조항”이라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너를 용서할 테니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서) 보상하라’는 식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제폭력에 관한 별도의 법이 없다 보니 양형기준도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기도 한다. 살인 범죄에 대해선 ‘애인의 변심 또는 관계청산 요구에 앙심을 품고 한 살인’을 가중 양형 인자로 뒀지만, 폭력 범죄에는 이 같은 양형기준이 없다. 오 변호사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피해 체감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고 양형기준을 정리하고 양형조사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교제폭력을 가정폭력처벌법에 포괄하는 등 법적 테두리 안에 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 입법조사관도 “피해자는 스토킹, 성추행, 폭력 등의 범죄를 연속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개별 특례법을 만들기보다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해 연인이었던 관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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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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