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전공의 1만명 병원 떠나나…사직 디데이에도 '요지부동'
의대 교수들 "사직 전공의 95% 복귀 의사 없어"
"무응답 전공의 사직 처리는 사태 악화시키는 패착"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등 주요 수련병원에 복귀 또는 사직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극소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기준 전체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 1만3756명 중 8.0%인 1094명만 출근하고 1만2662명은 복귀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지난달 4일 전공의 사직서 수리 허용 방침을 밝힌 뒤 사직을 선택한 전공의는 레지던트 1만506명 중 69명뿐이다.
앞서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이날까지 전공의들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해 부족한 전공의 인원을 확정하고, 오는 17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을 신청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수련병원은 전공의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15일까지 복귀와 사직 중 결정해달라"며 "거취를 밝히지 않는 경우 사직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 수련병원들은 이날까지 복귀 또는 사직 여부에 답하지 않은 미복귀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할 방침이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대부분이 결국 수련병원을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95%의 전공의들이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건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책 추진 강행에 대한 항의 표시"라며 "정책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전공의들의 복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의대 교수들은 일제히 "무응답 전공의들 사직 처리는 현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패착"이라며 정부와 수련병원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40개 의대, 78개 수련병원 교수 대표들은 이날 권고문을 내고 "일부 대학병원에서 미확인 또는 무응답 전공의를 일괄 사직 처리하겠다는 것은 보건복지부 안내문의 공식적 요구 사항 어디에도 없는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정책 추진의 지속적인 의지와 재정의 뒷받침이 없다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내놓은 정책 역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진료 공백의 해소를 진정 바란다면 시한을 정해 전공의들을 압박하는 대신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로 세워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점도 비판다. 전의교협과 전의교 비대위 등은 "사직하겠다고 응답한 전공의를 사직 처리할 경우 사직서 수리 시점은 해당 전공의 의견을 존중해 합의한 대로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사직을 선택한 전공의 사직서 수리 일자는 전공의 의사를 존중해 결정해야 한다"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진정 바란다면 애초에 이들이 왜 사직서를 냈는지 그 이유부터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점은 제출 시점인 지난 2월 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게 의사들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지난 6월4일 이후 사직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주요 수련병원들은 정부 기조에 따라 6월4일 이후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1만명 이상이 사직 처리될 경우 종합병원 의료공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필수과의 경우 사실상 전공의 복귀는 요원해 보이면서 환자들 불편도 예상된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여부를 떠나 9월에 복귀하지 않으면 3월에도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다"며 "이에 따라 의료공백은 길어질 것이고 의료는 그 전에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의료공백을 유발한 원인이 뭔지 다시 생각해달라"며 "무너져가는 의료 체계를 바로 세우고 제대로 된 정책을 위한 시도가 잘못된 결과 전공의들이 나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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