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부처님 미소 봤다"…존댓말로 가르친 박물관학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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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국가유산을 어떻게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수묵 진홍섭 선생(국립박물관 경주분관 관장)과 고청 윤경렬(공예작가) 선생, 문화고 교감 이승을 선생, 학예연구사 박일훈 선생 등 4명은 그 답을 '어린이'에서 찾았다.
함 관장은 "경주의 국가유산을 꾸준하게 지킬 수 있도록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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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함께 지킨 오랜 약속' 스승·제자의 국가유산 사랑…9월 22일까지
(경주=뉴스1) 김일창 기자 = 경주의 국가유산을 어떻게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수묵 진홍섭 선생(국립박물관 경주분관 관장)과 고청 윤경렬(공예작가) 선생, 문화고 교감 이승을 선생, 학예연구사 박일훈 선생 등 4명은 그 답을 '어린이'에서 찾았다. 1954년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는 이렇게 탄생해 매해 졸업생을 배출, 어느덧 70년의 역사를 만들고 100년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15일 오전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9월 22일까지 열리는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개교 70주년 특별전 '함께 지킨 오랜 약속' 기자간담회에서 "저도 1974년 어린이박물관학교 출신"이라며 "자료와 졸업생 등 인터뷰를 모아서 향후 100주년 때 더욱 풍성한 전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 관장은 "1974년 1년간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빠지기도 하는 등 크게 관심이 없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자원봉사 형태로 열심히 다녔던 기억이 있다"며 "저를 포함해 세 명 정도가 어린이박물관학교 출신으로 국립박물관장을 지냈다"고 말했다.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는 1954년 설립됐다. 전쟁으로 상처를 가장 많이 받았을 어린이들을 위로하고, 향후 국가유산의 보존과 활용, 아울러 문화적 소양을 갖춘 성인으로 키우기 위한 설립자들의 의지가 똘똘 뭉쳤기에 가능했다.
운영규칙은 당시로서는 굉장히 선진적이었다. 첫째가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둘째가 '어떠한 명목으로도 돈은 절대 받지 않는다', 셋째가 '수업은 존댓말로 한다'이다. 이 규칙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도움은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가 존속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기 졸업생 등이 성인이 돼 직업을 갖자 자발적으로 '뒷받침회'를 만들어 후원에 나선 것이다. 1960년대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란 이름을 떼고 '경주어린이향토학교'란 이름으로 박물관 밖으로 밀려났을 때 '뒷받침회'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전시도 없었을 거란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함 관장은 "학교가 유지될 수 있었던 건 '뒷받침회' 덕"이라며 "전국에서 거의 유일한 어린이박물관학교의 가장 큰 특징도 박물관과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이런 교육을 했단 것"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를 두고 "가장 선진적인 박물관 학교"라고 평하기도 했다.
전시는 80여 점의 전시품으로 구성한 맥락에 따라 크게 △학교 개교와 성격 △배움 교육과정과 교과 △익힘 체험수업과 활동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의 기억·기대로 전개된다.
특히 '배움 교육과정과 교과'에서 전시되는 다양한 자료는 가르치는 선생과 배우는 학생이 국가유산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엄마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은 1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엄마의 선택이 나를 바꿨다"라거나 "마지막 남산 답사에서는 부처님의 미소가 보였다" 등 진지함으로 가득했다.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는 내년 2월말부터 3월초까지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72기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한때는 경기 용인에서도 왔다는 박물관학교, 70년 동안 수만 명이 신청했고 지난해까지 6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함 관장은 "경주의 국가유산을 꾸준하게 지킬 수 있도록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옥재원 학예연구사는 "관람객들이 직접 학교의 사회적 운영 의미와 교육적 전승 가치를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입학해 수료하는 일련의 경험 절차를 전시 요소로 구현했다"며 "경주를 방문하는 국민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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