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불법파견 리스크 대처 가능하며 도급계약 전환을 [기고]
2012년 불법파견 근로자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즉시 고용의무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의 내용으로 법제화된 이후 자동차, 철강, 제빵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불법파견 관련 법적 분쟁이 있었고, 판결이 나올 때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동안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불법파견 관련 법적 분쟁은 드물었는데, 지난달 24일 발생한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 사건(이하 '이 사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적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는 사업주가 누구인가'와 관련해 도급업체와 수급업체 중 '누가 근로자에게 사용자로서 지휘·명령을 했는지'가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지방소멸과 내국인의 중소제조업 기피현상 등으로 인해 인력 확보가 어려워 오랜 기간 중소기업의 불법파견 관행을 외면해왔으나 이제 이 문제를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정부의 관리 부실이 이 사건의 원인으로 지적되자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6일 "지역산업단지에서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제조업체 등에 대한 불법파견 근로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소 제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근로감독이 실시되고 종전보다 강도가 높은 조치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돼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파견법 제2조 제1호 근로자파견 정의에 따르면 '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 및 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다.
즉 근로자는 인력공급업체와 같은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임금을 받으면서 다른 업체(사용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일하게 된다. 이에 반해 '도급'이란 민법에 따른 정의인데,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쉽게는 도급업체와 수급업체 사이의 계약으로 실제로는 용역, 위탁 등의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법률상 정의만으로는 도급계약에 근거한 업무지시와 근로자파견의 요건인 지휘·명령을 구별하기 어려워서 파견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계속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도급과 파견의 구별 기준으로 △도급업체가 근로자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근로자가 도급업체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그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도급업체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고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불법파견이란 파견법을 위반한 모든 파견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불법파견 유형은 이 사건과 같이 파견법 제5조에 따른 파견이 금지된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필자가 컨설팅을 진행한 대부분의 중소 제조업은 지방의 산업단지지역에 있어 인력 확보가 원활하지 못한 데다 대기업과 같이 별도의 현장 관리인을 두거나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도급의 형식과 실질을 갖추기 위해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나날이 불법파견 리스크가 커지고 정부의 감독이 강화되는 만큼 단순히 인건비 감축 목적의 근로자 파견은 지양해야 하고 인력관리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운영 방식이 파견과 도급 중 도급에 가까운 경우라면 법원과 노동부의 판단기준에 맞추어 운영 가능한 수준부터 단계별로 도급 계약의 형태를 갖춰야 한다.
현재 운영 방식이 파견에 가깝고 내국인 인력 확보가 어려운 경우 외국인 고용 허가 업종(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 제조업 등 5개 업종)에 포함된다면 해당 제도를 활용하는 대안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제도를 점검해 파견을 포함한 근로감독의 대상인 기초 노무질서 준수 여부를 파악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파견 대상 업종의 확대 및 외국인 고용과 관련한 정부의 대책이 수립되기 전까지 자체적으로 인력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정은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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