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권율 “세 번 연속 검사? 이미지 생각하는 건 뒷순위”[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7. 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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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커넥션’에서 박태진 역을 연기한 배우 권율.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권율은 현재 방송가에서 알아주는 ‘서초동 전문 배우’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은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중앙지법 등 우리나라 법조계의 중심으로 불린다. 이 안에서 활약하는 역할을 연속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최근 행보는 작품만 나열해봐도 이례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권율은 지난해 방송된 ENA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에서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차영운을 연기했다. SBS ‘커넥션’에서는 극 중 수원지검 안현지청 형사 2부 부부장검사 박태진을 연기했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놀아주는 여자’에서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 검사 장현우를 연기 중이다. ‘3연속’ 검사다.

“역할의 직업은 작품 선택에 있어 뒷순위에요. 우선은 시나리오와 캐릭터 그리고 어떤 동료들이 함께하느냐가 달려있죠. 물론 현재 ‘커넥션’과 ‘놀아주는 여자’가 함께 공개되기도 했기에 도드라지지만, 결이 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인물 자체에 기시감이 들 순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경계합니다. ‘커넥션’에서는 증량하고 안경도 썼죠. ‘놀아주는 여자’에서는 좀 감량을 했고요.”

SBS 드라마 ‘커넥션’에서 박태진 역을 연기한 배우 권율.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그는 지난주 막을 내린 ‘커넥션’에서 극 중 악역인 윤창호(문성근)가 만들어놓은 세계 속에서 그의 아들 원종수(김경남)와 어린시절부터 친구로 설계돼 ‘커넥션’을 만드는 인물을 연기한다. 결국 그의 욕심은 원종수를 넘어섰고, 친구들을 이용하고 짓밟았지만, 친구의 총구에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인물을 그려냈다.

“사실 박태진이 많이 악행을 저지르지만 어떤 작업보다 감정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어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작업의 방식에 대해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공유하니까 그 짐은 가벼워졌죠. 지성 형님의 지휘 아래 모두 동료로서 수평적인 문화를 갖고 연기에 대해 논의하고 연습도 같이하면서 사이도 많이 돈독해졌습니다.”

결국 ‘커넥션’은 우정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 과연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관계가 우정이 될 수 있는지, 이 우정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커넥션으로 변질하고 한 인간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권율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동료들과 맺은 ‘커넥션’이 좋았다. 항상 믿음을 관계의 가치 맨 앞에 둔다.

SBS 드라마 ‘커넥션’에서 박태진 역을 연기한 배우 권율 출연장면. 사진 SBS



“저는 개인적으로 우정을 가족의 가치에 넣거든요. 보통 친구를 가족보다 멀고 남보다 가깝다고 하지만, 저는 기꺼이 가족의 범위 안에 넣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닌가 생각해요. 관계를 맺을 때 그 사람이 얼마나 진실하고 솔직한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서툴고 저와는 다를지언정 이 사람의 본질이 저와 생각하는 개념이 같다면 언젠가 드러나게 돼 있다고 생각해요.”

권율은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박태진을 통해 욕망을 터뜨리는 연기에 자주 맞닥뜨렸다. 오윤진 역 전미도의 목을 조르는 PC방에서의 장면이 많은 시청자의 인상에 남았고, 그보다 앞서 4회에서는 자신이 불륜관계에 있던 최지연(정유민)의 목을 조르는 장면도 있었다. 그의 악마성이나 욕망, 배우로서 연기 열정을 가장 불태웠던 장면이기도 하다.

“전미도씨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정유민씨 목을 조르는 장면보다 뒤에 나왔지만 먼저 촬영했어요. 박태진의 민낯이 처음 드러나는 장면이 지연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라면, 윤진의 목을 조를 때는 박태진의 온도가 달라지고 욕망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스로도 찍으면서 감정조절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미도씨의 경우에도 가짜를 원하지 않으셨기에 열연을 해주셨고요. 촬영에 끝나고 저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평이 많아 좋았습니다.”

SBS 드라마 ‘커넥션’에서 박태진 역을 연기한 배우 권율 출연장면. 사진 SBS



2000년대 후반부터 연기를 시작해 2015년 tvN ‘식샤를 합시다 2’ 즈음부터 얼굴을 알렸던 그는 곱상한 외모와는 다른 날카로운 인물들을 많이 연기했다. ‘보이스’ 시리즈의 사이코패스 방제수와 ‘달리와 감자탕’의 장태진, ‘멘탈코치 제갈길’의 구태만 등 주로 전문직이면서 겉과 속이 다르고 욕망을 감춘 빌런이 자주 찾아왔다. 이 역시 비슷한 이미지의 동어반복일 수도 있지만, 권율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캐릭터 고착화에 대한 걱정도 있겠지만, 저는 좋은 작품에 대한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좋아하는 배우, 감독, 장르이지만 같은 이미지라면 할 것이냐 아니냐 저는 뭐가 중요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봐요. 역시 이미지를 생각해 작품을 미루는 건 아니죠. 저 역시도 백수도, 허당도, 나사가 하나쯤 풀린 ‘잉여인간’의 캐릭터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SBS 드라마 ‘커넥션’에서 박태진 역을 연기한 배우 권율.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그런 의미에서 ‘극한직업’ ‘닭강정’의 ‘이병헌 감독이 권율과 조합을 이룬다면?’하는 상상으로 내심 기대되기도 한다. 그의 날렵한 이목구비와 안경 너머의 이지적인 외모에서 말도 안 되는 ‘헛소리’가 나오는 순간도 있을 것 같다. 매번 그랬듯 권율은 한 작품을 마치고 최선을 쏟은 후 다시 자신을 채우는 일에 여념이 없다. 그에게는 고정된 이미지나 미래는 뒷순위다. 또다시 가슴을 뛰게 할 다음 배역을 기꺼이 기다리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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