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하게 치면서 수비 못 하는”…김경문 감독이 생각하는 ‘약팀’, 한화는 바뀔 수 있을까[스경x현장]
15일 현재 한화의 팀 실책 개수는 62개다. 리그에서 삼성(54개), NC(56개) 다음으로 실책이 적다. 그런데 한화는 ‘수비 잘하는 팀’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 처리한 비율인 수비 효율(DER)은 0.653으로 리그 8위까지 떨어진다. 집계되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가 잊을 만 하면 나온다. 마운드에 홀로 선 투수를 도와야 하는 야수들이 때때로 투수의 멘털을 흔든다.
14일 대전 LG전엔 이런 모습이 한꺼번에 나왔다.
한화는 1회초 선취점을 내줬다. 선발 라이언 와이스가 1사에서 문성주와 김현수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계속된 1사 1·2루에서 문보경이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을 쳤다. 타자 주자의 발이 빠른 편이 아니라서 병살타로 이닝을 끝낼 기회였다. 하지만 이도윤이 평범한 땅볼을 한 번에 포구하지 못했고, 간신히 1루 주자만 잡았다.
아쉬운 수비는 계속됐다. 이어진 2사 1·3루에서 오지환의 타구가 투수 키를 넘겨 2루수 왼쪽에 바운드 됐다. 황영묵이 살짝 미끄러지며 백핸드 캐치를 시도했으나 잡지 못했다. 공이 외야로 빠진 사이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다. 까다롭긴 했지만 포구할 수 없는 타구는 아니었다. 한화의 첫 실점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은 수비가 두 번 나왔다.
경기 후반엔 집중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도 보였다. 2-1로 앞선 7회초 선두 타자 박해민이 와이스를 상대로 안타를 쳐 출루에 성공했다. LG는 신민재 타석에서 희생 번트를 시도했고, 한화 내야는 전진 수비로 압박했다. 와이스는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던 신민재에게 초구 빠른 공을 던졌다.
공이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나자 신민재는 배트를 다시 세웠다. 포수 최재훈이 와이스에게 공을 건넸고, 앞으로 나갔던 1루수와 3루수, 각각 1루와 2루를 커버했던 2루수와 유격수도 다음 공에 앞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1루 주자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것이다. 이도윤은 아예 외야 쪽을 바라보며 이동했다.
박해민은 한화 내야가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고 곧장 2루까지 달렸다. 뒤늦게 박해민의 도루를 눈치챈 와이스가 2루에 송구하려 했으나 받아줄 사람이 없었다. 와이스는 직후 급격하게 흔들렸다. 무사 2루에서 신민재를 삼진으로 잡은 뒤 홍창기에서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때 우익수 이원석도 굴러오는 공을 한 번에 잡지 못해 시간을 지체했다. 이 틈에 2루 주자 박해민이 넉넉하게 홈을 밟았다.
6회까지 1실점으로 잘 던지던 와이스는 7회에만 4실점 했다. 이때 분위기를 LG에 넘겨준 한화는 최종 4-8로 패했다. 사실 이날 경기 전 김경문 한화 감독은 수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 감독은 “가장 어설픈 게 어중간하게 방망이를 치고, 수비를 못 하는 것”이라며 “이런 팀의 힘이 가장 약하다. 방망이를 너무나 잘 치는 게 아니라면 수비와 주루를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영묵이가 (12일 LG전에서) 신들린 듯 수비해 승리한 경기도 있다. 그런 식으로 상대 기를 딱 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잡을 수 있는 걸 놓치면 가장 힘든 건 투수”라며 “야수의 미스 하나로 1이닝을 까먹게 된다. 선발이 1이닝 빨리 나가면 불펜이 더 던져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수비 안정화는 김 감독이 생각하는 강팀이 되기 위한 주요 조건 중 하나다. 김 감독은 “앞으로 타격 연습도 많이 하겠지만, 수비 훈련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남은 시즌 중에도 계속 보완할 것이다. 그런 걸 다 갖춰야 한화가 진정 강팀이 된다”고 전했다. 김 감독이 한화의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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