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축구 수준과 2002 월드컵 레전드들의 말 [김창금의 무회전 킥]

김창금 기자 2024. 7. 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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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다.

한국 축구를 둘러싸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이 발언 이후 이영표, 박지성, 이천수, 이동국 등 국내 축구의 레전드 선수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 저마다 논평을 내놓고 있다.

주로 부정적인 기조로,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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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연합뉴스

한 나라 축구의 수준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다. 국가대표팀의 순위를 매긴 피파 랭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좀 더 심도 있게 보면, 등록 선수나 클럽 수 등 풀뿌리 기반을 생각해볼 수 있다. 프로 리그 팀의 국제대회 성적도 하나의 요소가 될 것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백영철 대한축구협회 강사가 유럽의 존경받는 지도자한테 들은 얘기라고 전달한 것이다. “그 나라의 축구 수준은 팬들의 대화 수준을 보면 안다.”

한국 축구를 둘러싸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축구는 국민 스포츠여서 그야말로 온 국민이 한마디씩 한다.

최근에는 박주호의 전력강화위원회 내부 회의 폭로(?)를 기점으로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이 폭발성 있는 주제가 됐다. 박주호는 대표팀 감독을 뽑는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의 유튜브 방송은 내용이 길지만, 요약하면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의 주조가 ‘국내파 감독 선호’ 형태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발언 이후 이영표, 박지성, 이천수, 이동국 등 국내 축구의 레전드 선수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 저마다 논평을 내놓고 있다. 주로 부정적인 기조로,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정확한 지적일까.

전력강화위원회의 활동을 되짚어보자. 먼저 회의에서 위원들이 국외파 감독은 외면하고, 내국인 감독을 선호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문제 삼을 수 있을까. 어차피 회의하는 이유는 다수의 의견을 전제로 결론을 내는 것이 목표다. 그 과정에서 내부 민주주의가 훼손되거나 발언 기회가 박탈됐다면 문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회의의 과정이다.

애초 정해성 위원장은 회의 결과를 토대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협회 최상층부에서 거부했다. 그러자 정해성 위원장이 사퇴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후임으로 선임 작업을 책임졌고, 그는 곧바로 유럽의 감독 후보자를 만나기 위해 출국했다. 하지만 한 명은 축구철학과 관련해서, 다른 한명은 한국 상주에 대한 거부감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홍명보 감독과도 접촉했고, 확답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날 전화를 받았다. 홍 감독이 대표팀을 맡겠다는 뜻을 전해온 것이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를 여는 대신, 박주호를 비롯한 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위임을 받았고, 홍 감독을 대표팀 1순위 감독 후보로 확정했다.

시기적으로 너무 급하게 선임 발표가 이뤄졌고, 울산 HD 팬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것은 맞다. 정몽규 회장 등 협회 수뇌부의 생각과도 달랐다. 하지만 이것은 기술적이고 정무적인 문제이지, 절차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자기 의견과 다르다고 회의 자체를 부정하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최진석 교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말만 하는 비평가보다는 실천하는 1인칭 참여자들이 넘쳐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의 상황과도 상통하는 말이다.

한국의 축구 레전드들에 대한 축구계 바닥의 정서는 이중적이다. 현장 지도자들은 레전드들이 유소년 현장이나 축구행정 조직에서 깨지고 터지더라도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때로 “죄송하다”, “반성한다”라고 하면서 자존심을 구길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축구 레전드에 대한 팬들의 애정은 커질 것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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