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를 다시 한 번”…부산 수영성극장에서

김영동 기자 2024. 7. 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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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부산 수영구 수영동 골목 안쪽에 자리한 '오디오도서관·수영성극장' 들머리.

극장 직원은 "수영구에 사는 만 70살 이상 구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잔여 좌석이 있을 때는 당일 현장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지만, 보통 상영일 하루 전에 사전 좌석 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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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구, 어르신 전용 문화시설
부산 수영구 수영동 골목 안쪽에 자리한 ‘오디오도서관·수영성극장’ 들머리. 김영동 기자

지난 12일 부산 수영구 수영동 골목 안쪽에 자리한 ‘오디오도서관·수영성극장’ 들머리. ‘미워도 다시 한 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홍도야, 우지마라’ 등 옛 영화 포스터(알림글)가 안내판에 붙어 있었다. 오디오도서관·수영성극장은 만 70살 이상 노인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초생활 편의시설 보완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시니어 전용 여가 문화시설이다.

“슬픈 영화 하나 소개해줘요.” 박난희(74)씨가 극장 앞 포스터를 일별한 뒤 말했다. 고심하던 극장 직원은 ‘첨밀밀’을 추천했다. “다달이 2~3차례 이곳을 찾는다”는 박씨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2층 1인 관람실로 향했다.

이 극장은 수영구가 9억9400만원을 들여 연면적 195㎡ 규모의 2층짜리 집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극장 이름인 수영성은 근처의 수영사적공원 일대 문화재 ‘경상좌수영성지’에서 가져왔다. 1층에는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도서관과 엘피(LP), 콤팩트디스크(CD)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감상실이 있다. 2층에는 추억의 영화나 개인별 디브이디(DVD)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영화관이 있는데 8명이 관람할 수 있는 8명 단체관, 커플관, 개인 관람실 등으로 구성됐다.

2층에 올라서니 좌석 8개인 단체관에 박정호(71)씨 등 노인 3명이 앉아 있었다. 차성덕 감독의 ‘사라진 밤’ 관람을 앞둔 박씨는 “옛날 영화를 보면, 지금은 사라진 대영극장, 부산극장, 부영극장 등 남포동 극장가를 돌아다녔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며 “그 당시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모여 떠들다 보면 시간도 잘 간다. 그 맛에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 곳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4~12월 방문객 수가 15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극장 직원은 “수영구에 사는 만 70살 이상 구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잔여 좌석이 있을 때는 당일 현장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지만, 보통 상영일 하루 전에 사전 좌석 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 수영동 골목 안쪽에 자리한 ‘오디오도서관·수영성극장’의 단체관 모습. 김영동 기자

수영성극장처럼 노인 문화생활로 전국에서 이름 높은 극장은 ‘실버영화관’이다. 2009년 노인 전용 영화관으로 문을 연 실버영화관은 서울·인천·천안·부산 등 7곳이 있었는데, 2019년 코로나19에 따른 관객수 급감 등으로 현재 서울·인천·안산·천안 등 4곳만 남아 있다. 인천에는 치매 노인이 안심하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국내 유일 치매친화 영화관인 미림극장의 ‘가치함께 시네마’가 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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