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삼지연 처벌’에 “北에서도 이런 숙청은 처음”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태영호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삼지연 처벌’을 두고 “분노 조절 나사가 풀린 것 같다”며 “이번 숙청은 수십 년의 북한 숙청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태 전 의원은 “지난 주말부터 북한에서 숙청의 피바람이 불고 있다”며 “이번 숙청은 최고 존엄 김정은의 즉흥적인 기분에 의해 단 몇 시간 동안에 구두지시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1~12일 삼지연시 건설 사업을 현지지도했다.
김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지도일군(간부)들의 무책임성과 그로 인하여 산생된 일련의 엄중한 편향들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고 조치를 지시했다.
특히 새로 지은 국내 관광객용 여관을 “발전하는 시대적 요구와는 근본적으로 대치되게 낡고 뒤떨어진 기준으로 허술하게 시공했다”고 지적하고 “신설 건물을 비정상적으로 개건·보수할 필요가 생겨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중한 부족점들을 준공검사에서 그대로 통과시켜 운영 단위에 넘겨주는 무책임한 행위를 했다”며 건설감독 부문 간부들의 책임을 추궁했다.
그는 “국가건설감독상 리순철은 준공검사를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도 삼지연시에 나가보지 않고 현지 지휘부 일군들에게만 방임했다”며 “전 국가건설감독성 부상이라는 자는 현지에 나와 틀고 앉아서는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로 허송세월했다”고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권리정지시키고 법 기관에 즉시 넘겨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김 위원장은 삼지연시 건설지휘부 준공검사위원회 관계자들을 전원 사업 정지시키고 건설부문 정치그룹 책임자인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강직시키라고도 지시했다.
태 전 의원은 “노동신문의 내용과 사진을 따라가면서 보면 김정은이 삼지연시 높은 지대에 올라가 현장을 볼 때만 해도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삼지연 시내에 들어가 새로 건설한 여관을 돌아보면서 갑자기 분노 조절 나사가 풀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은이 처벌에 넘긴 건설감독상 이순철은 지난해 9월에 임명돼 일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되는 인사”이고 “강직시키라고 지시한 중앙당 조직부 부부장은 북한에서 날아가던 새도 떨어뜨린다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말이 강직이지 이제부터 비판 회의가 진행될 것이고, 털기 시작하면 대부분 출당, 직무철칙까지 나오고 본인은 물론 가족과 손주들까지도 평양시 추방이나 수용소에까지 끌려가게 된다”고 전했다.
태 전 의원은 “이쯤 되면 삼지연 건설에 나갔던 북한 간부 수십 명의 목이 날아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정은이 12일 하루 동안에 수십명의 목을 날리자 13일과 14일 북한 전역에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시도당 전원회의가 열리고 모든 간부가 충성 맹세를 다지는 등 난리가 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15일자 노동신문에도 지난해 8월 김정은이 격노했던 ‘안석간석지 침수사건’을 상기시키며 ‘폭우와 태풍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도 조건 타발을 하면서 재해 방지 능력 강화를 위한 사업을 형식주의적, 요령 주의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간부들이 있다’고 질책했다”며 추가 숙청을 예견했다.
양강도에 위치한 삼지연시는 김정은 일가의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두산을 행정구역에 둔다.
김 위원장은 정치·외교적으로 중대한 고비에 이곳을 찾아 국정운영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북한은 삼지연을 ‘산간 문화도시의 표준’이자 ‘본보기 지방도시’로 발전시키겠다며 2018년께부터 유럽풍 전원주택 조성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해 왔다.
김 위원장은 4년간의 삼지연시 건설사업이 마무리돼 가던 2021년 11월 이곳을 찾아 숙박시설 추가 건설, 도로·철길공사 추진 등 추가공사 지시를 내렸다.
삼지연비행장 개건과 철길 공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 추가공사는 대부분 완료됐다.
그러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자 김 위원장이 다시 현지를 찾아 공사 관련자들을 문책한 것으로 보인다.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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