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 접어든 삼성 파업···사태 해결 ‘키’는 누구에게?

김상범 기자 2024. 7. 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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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첫 총파업을 시작한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7.08. 정효진 기자

삼성전자의 사상 첫 노동조합 파업이 15일로 2주차에 접어들었다. 노조가 수작업 비중이 높은 구형 반도체 공정에 화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협상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 측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안갯속 같은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일 시작된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파업은 만 1주일을 넘기고 이날로 2주차를 맞았다. 노사는 지난해부터 수십차례 임금 교섭을 벌여왔으나 본교섭이 파행하고 중앙노동위원회 개입도 소득 없이 끝나면서 파업 수순을 밟았다. 이날 전삼노는 경기 기흥사업장에서 파업을 독려하는 선전전을 1시간30분가량 벌였다.

전삼노는 지난해 업황 악화로 인해 성과급을 받지 못한 반도체부문(DS) 직원들이 주축이 된 노조다. 이들은 노조 창립휴가 보장, 조합원 임금 공통인상률 3.5% 적용,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보상 등 총 4가지 요구안을 내세우고 있다. 회사 측은 조합원에게만 높은 인상률을 적용할 수 없고 파업 보상도 형평성을 깰 수 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물리적인 파급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파업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앞서 전삼노는 조합원들에게 “고대역폭메모리(HBM) 포토(장비)를 세우면 사측에서 바로 피드백이 올 것이다. EUV(극자외선) 파운드리도 멈추자”고 호소했다. 반면 회사 측은 “생산 차질은 없다”고 했다. HBM 같은 최첨단 공정일수록 라인 전체가 자동화돼 있어 사람 일손이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에 노조는 수작업 비중이 높은 라인의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 이날 노조가 선전전을 벌인 기흥사업장 6·7·8 라인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차량용 반도체나 가전·TV용 전력반도체의 ‘8인치 웨이퍼’를 생산하는 구역이다. 미세공정 위주의 메모리·중앙처리장치(CPU)용 12인치 웨이퍼과 달리, 8인치 웨이퍼는 90나노미터 이상 구형(레거시) 공정으로 분류돼 자동화 비중이 낮다.

이날 노조는 6·7·8라인 직원들이 각종 관절염에 시달리는 등 가혹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웨이퍼가 든 상자를 직접 손으로 나르는 작업이 잦은 데다 인력도 부족해 식사·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이 같은 불만 때문에 해당 라인 직원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해 공정 가동률이 기존 80%에서 18%로 하락했다고도 밝혔다.

사측은 매년 임직원 건강검진을 실시할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예방운동센터를 운영하고, 작업환경에서 유해 인자를 제거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노사 양측의 소득 없는 샅바싸움이 지속되며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전례없는 파업으로 ‘인공지능(AI) 야망’에 타격을 입은 삼성의 칩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는 등 외신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날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으나, 현재 유의미한 조율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상체계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전삼노 주장에 따르면 조합원 숫자는 파업 돌입 당일 3만여명 수준에서 이날 3만3000여명으로 1주일 만에 10%가량 늘었다. 삼성전자 전 직원(12만명)의 25%가 넘는 숫자다.

일각에서는 전삼노가 회사 내 5개 노조를 대표해 교섭할 수 있는 ‘대표교섭권’이 다음달로 만료되는 만큼 사측이 그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물론 두 번째로 큰 ‘DX노조’가 파업에 반대하지 않아 전삼노가 곧바로 대표자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은 낮으나, 노조 측에 조급함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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