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29〉창의는 국방과 경제를 하나로 잇는다
2012년 프랜차이즈 햄버거업체 직원 A는 식재료를 발로 밟는 사진과 함께 '이게 너희가 먹는 양상추'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불과 15분 만에 매장과 직원을 찾아내 응징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진에 담긴 GPS 위치정보를 확인해 추적했다.
GPS는 무엇인가. 인공위성이 보내는 신호를 수신기가 받아 현재 위치를 찾는 위성항법시스템이다. 미국 국방부가 폭격의 정확성을 높이려고 개발했고, 군사기지 탐지, 대테러 활동 등 국방용으로 활용했다.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옛 소련 영공 침범을 이유로 격추된 사건을 계기로 민간에 무료 개방했다. 항공기, 선박,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넘어 스마트폰, 태블릿PC 위치서비스를 위해 폭넓게 이용한다. 미국이 GPS 제공을 중단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 EU, 중국 등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독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GPS가 이용하는 인공위성은 또 뭘까. 지구 둘레를 돌도록 로켓을 이용해 쏘아 올린 인공장치다. 인공위성을 초속 7.9km 내지 11.2km 이내로 발사하면 지구에 떨어지거나 벗어나지 않고 궤도에 자리 잡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로켓을 옛 소련이 발전시켜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했다. 인공위성은 군사용에서 시작했으나 다양한 용도로 확대되어 과학, 방송, 통신, 기상관측에 활용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은 발사실험에 성공해 우주여행을 상업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인터넷은 어떤가. 미 국방부 통신망에서 나왔다. 핵전쟁에도 끄떡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통신망을 연결해 '아파넷'을 만들고 참여기관이 늘면서 다양한 수요가 발생했다. 1983년 국방용 네트워크를 '밀넷'으로 떼어내고 아파넷을 기업 등 민간까지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확장했다. 국방이라는 특정 용도의 통신망에서 시작해 세계 통신망을 연결했고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인터넷이 됐다, 온라인, 모바일 음악, 영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쇼핑 등 수많은 콘텐츠와 산업, 시장을 만드는 기회의 땅이 됐다. 미국이 만든 세계경제는 국방기술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시시대 석기, 청동기, 철기는 칼, 창 등 무기를 만들어 공동체를 지키는 군사기술이면서 낫, 호미 등을 만드는 농경기술이다. 공동체가 성장하면서 반역과 내란을 막기 위해 국방기술의 민간 사용을 제한했다. 옛 소련은 냉전시대 최고의 국방기술을 가졌지만 민간에서 꽃을 피우지 못해 역사에서 사라졌다. 인공위성, GPS, 인터넷처럼 국방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산업 활성화를 이끈 국가만 최강 선진국이 됐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전쟁방식과 전장도 변화한다. AI, 로봇 등 살상무기가 발전하고 있다. 해킹, 유출, 파괴 등 침해가 온라인에서 수시로 이뤄진다. 국방기술은 공격용 외에 방어용도 중요하다. 국가안보, 공공질서 침해기술이 발전하면 방어기술도 발전해야 한다. 소형비행체 드론은 레이다 감시망에 걸리지 않고 침투해 국가안보, 공공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 서울 도심에 적국, 테러단체의 드론이 돌아다니면 어떻게 되겠는가. 방어를 위한 안티드론 기술이 중요한 이유다. 전파방해 등 즉각 대응을 통해 포획, 격추, 퇴치해야 한다. 이 경우 민간의 생명, 신체 안전이나 방송 통신, 시설물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국방과 경제는 하나가 되어 시너지를 내고 있다. 국방기술과 민간기술에 안보를 제외하곤 칸막이가 있을 수 없다. 국방기술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높이고 민간에 이전해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민간역량이 어느 때보다 높으므로 민간기술을 국방기술로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안보를 단단히 하면서 국방과 경제, 공공과 민간이 한 몸으로 움직일 때에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창의가 첫발을 내딛는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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