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 고자기장 MRI 활용과 인체 안전성
지난 해 여름, 상온 초전도체(LK-99)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초전도 기술 발전과 산업적 응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폭발적이었다.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결국 해프닝에 그쳤지만, 높은 자기장이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을 알 수 있는 계기였다.
높은 자기장이 열어주는 새로운 기술 중 하나로 고자기장 MRI 언급이 많았다. 기존 첨단 MRI 기술과 장점을 모두가 쉽고 값싸게 혜택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였다. 대학병원급에 있는 3T(Tesla:자기장 세기) MRI 시스템 정도만 돼도 영상해상도 향상, 고속 영상획득, 조직 대조도 향상을 통해 질병 진단 정확도를 높일뿐 아니라 임상적 이득과 뇌기능 연구 등 학술적 분야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3T보다 더 높은 7T MRI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100여대가 운용되고 있고 더욱 향상된 임상적, 연구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고자기장 MRI 시대를 넘어 초(超)고자기장 MRI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초고자기장 MRI를 이용하면 분자·세포 수준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영상화하는 몰리큘러·샐룰러(molecular·cellular) MRI의 정확도가 향상돼 인체의 기능·대사 연구를 촉진,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조기진단과 치료방법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연구용으로 가장 강력한 인체용 MRI는 현재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14T 전신 MRI가 개발되고 있다. 동물 연구용 MRI는 최고 18.2T MRI가 존재한다. 이 정도의 극(極)초자기장 MRI에서는 그야말로 분자 수준에 가까운 초고해상도 영상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높은 자기장 세기의 MRI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MRI에서 'M'은 자석(magnet)을 의미하고 'R'은 공명(resonance)을 의미한다. 즉 MRI기술은 공명현상을 이용하므로 고주파(RF)의 전자파를 사용한다. 이러한 RF는 자기장의 세기에 비례해 3T MRI는 128MHz의 꽤 높은 주파수를 사용한다.
주파수가 높아지면 파장의 길이는 짧아진다. 결과적으로 고자기장에서는 높은 주파수와 짧은 파장에 의해서 RF 에너지가 인체 특정 위치에 집중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화상 등 전자파 안전성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MRI 전자파 안전성의 국제규제는 인체 전자파 흡수율(SAR)을 기반으로 수립돼 있지만 그럼에도 2008년부터 2017년 10년간 미국 FDA에 보고된 MRI 전자파 안전사고는 약 900건으로 안전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3T MRI 설치는 세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고, 7T MRI는 특정 조건에 한해 임상적 사용이 가능하다. MRI 촬영 중 발생할 수 있는 전자파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 매우 보수적인 수준으로 SAR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현재로서 유일한 대책이다. 보수적 SAR 설정은 실제 MRI 운영에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겠지만 그것이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라면 과연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전자파학회 산하 전자장과 생체영향 연구회는 전자파에 대한 생체영향을 오래 전부터 연구해오고 있다. 같은 산하 전파의료 연구회는 전자파를 활용한 다양한 의료기기의 응용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고자기장 연구소 설립을 기획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로 초고자기장 연구용 MRI를 구상하고 있다. 대한자기공명의과학회는 국내 유일 MRI 학회로서 MRI 안전성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MRI만큼 방사선 영향이 없고 안전하게 인체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는 의료장비는 없다. 해부학적인 구조는 물론이고 질환 특유의 현상을 고해상도로 영상화해 진단에 크게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동반하는 MRI 전자파 안전성에 대해 학계·연구계가 더 큰 관심을 갖고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오석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바이오이미징중개연구부 선임연구원·한국전자파학회 협동이사 sukhoonoh@kbs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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