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부, 방문진 이사 지원자 공개되자 "적폐들의 집단 준동"

윤유경 기자 2024. 7. 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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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MBC본부, 백종문 차기환 윤길용 이우용 노혁진 김성근 등 비판
MBC PD협회장 "국정원 'MBC 장악 문건' 다시 실행하겠다고 공표하는 셈"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MBC. ⓒ연합뉴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공모에 MBC 구성원들을 탄압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던 인사들이 대거 지원하자 MBC 내부에서 “적폐들의 집단 준동”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15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32명의 방문진 이사 지원자 명단을 공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명박·박근혜 시절,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아래 MBC를 망가뜨리는 데 앞장섰던 주역들이 대거 지원했다”며 “다시는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던 인물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름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우선 백종문 전 MBC 부사장을 문제 인사로 지목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그가 MBC 미래전략본부장 재임 당시 부당해고와 방송탄압 등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MBC본부는 “(백종문은) 당시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를 아무 증거 없이 해고했다'며 큰소리쳤던 녹취록의 주인공이자, 각종 부당노동행위로 징역 1년형까지 받은 범죄자”라며 “일각에선 백종문이 방문진 이사장을 맡을 것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윤석열 정권은 김장겸을 국회의원으로, 이진숙을 방통위원장 후보로 내정한 것처럼, 오로지 MBC 장악을 위해 범죄자들까지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길용 전 울산MBC 대표, 이우용 전 MBC 라디오본부장, 노혁진 전 MBC 플레이비 대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MBC본부는 이들을 두고 “김재철 사장 시절 각각 시사교양국장, 라디오본부장, 편성국장으로 국정원의 MBC장악 문건대로 해당 부문을 황폐화시켰던 주역”이라고 했다. 특히 윤길용 전 대표를 향해 “시사교양국장 당시 최승호, 한학수 등 PD들을 유배지로 부당전보하고 'PD수첩'을 무력화시킨 공으로 울산MBC사장, MBC NET 사장까지 맡는 호사를 누렸다”고 비판했다.

이우용 전 본부장에 대해선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라디오 진행자를 하차시키고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춘천MBC 사장, MBC C&I 고문까지 맡았다”고 지적했다. 노혁진 전 대표 관련해선 “안광한의 후광을 입고 편성국장과 라디오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더니 MBC 플레이비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 MBC본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무려 5년에 걸쳐 MBC플러스에서 이사부터 사장까지 차지했던 한윤희, MBC C&I 부사장까지 했던 성보영 등 적폐 시절 권력의 MBC 장악에 부역하며 일신의 안락을 취했던 인사들이 이제는 방문진 이사까지 하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재영 MBC PD협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MBC 시사교양과 라디오 부문을 망쳤던 다수 인사들이 포함돼있다. 특히 백종문, 윤길용, 이우용은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을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라며 “(이들이) 만약 다시 방문진 이사로 돌아온다면, 사실상 국정원 장악 문건을 그대로 다시 실행하겠다는 것을 대내외에 공표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현 방문진 이사로서 연임에 도전하는 차기환 이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차기환은 5·18 관련 허위 주장과 거짓 사실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세월호 참사 특조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극우적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문제의 인사”라며 “적폐 시절 방문진 이사로서 MBC의 경영 뿐 아니라 편성과 보도, 제작에 끊임없이 관여하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흔들고, 언론의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낸 구성원들을 대거 인사 조치 하는 등 경영진의 부당한 인사권 행사에도 적극 동조했던 인물”이라고 했다.

지난해 권태선 이사장 해임 직후 방문진 보궐이사로 임명됐다 법원의 임명 효력 정지 결정에 따라 임명이 취소된 김성근 전 방문진 이사도 다시 지원했다. MBC본부는 그를 두고 “MBC에서 지난 2014년 디지털본부장에 이어 2017년 방송인프라본부장까지 임원 자리를 연임했던 김성근은 그 기간 무려 5000만 원에 달하는 법인카드를 부당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부분 골프 비용에 집중됐는데, 업무용이 아닌 사적인 골프 모임에 반복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상품권은 물론, 대량의 숙취 음료 구입에도 법인카드를 습관적으로 긁었다”고 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자진 사퇴 후 방통위는 이상인 직무대행 1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MBC본부는 현 상황을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확정해놓고 이진숙이 임명되자마자 이사 선임 의결을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오직 MBC 장악의 광기(狂氣)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비상식·비정상적 작태”라고 했다. 아울러 방통위를 향해 “위법적인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며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선봉에 서서 공영방송 MBC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방문진은 9명의 이사로 구성되며 현 이사진 임기는 내달 1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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