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콕콕]마산국화축제 ‘가고파’ 명칭 놓고 쪼개진 창원 민심
시민·사회단체 연일 찬반 공방
시의회, 15~22일 조례 심의·의결
창원시는 지난달 26일 축제위원회를 열고, 올가을 열릴 마산국화축제 명칭을 ‘마산국화축제’에서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변경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찬반단체는 한달째 축제 명칭 변경에 대해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으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도내 민주화단체를 포함한 11개 시민사회단체는 15일 창원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산국화축제’ 명칭을 기존대로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시는 느닷없이 ‘가고파’를 축제명으로 내세워 민주성지 마산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며 논란을 일으켰다”며 “제2부시장과 문화관광체육국장 등 공무원이 다수인 시 축제위원회는 축제명을 변경하기로 의결했지만, 이는 기존 조례상의 마산국화축제 공식 명칭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가고파’는 사실상 이은상에 대한 또 다른 명사고, 이은상은 독재정권을 찬양한 자이기에 3·15 민주의거의 역사와 10·18 부마항쟁의 역사가 살아있는 민주성지 마산과 함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옛 마산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은 마산국화축제 명칭을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변경하는 데 찬성하는 건의문을 이날 시와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단체는 “노산 이은상 선생은 가고파, 동무생각 등으로 시민 정서 함양 등에 기여했다”며 “이달 초 이은상 기념사업회가 발표한 기자회견 내용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은상 기념사업회는 앞서 “마산가고파국화축제는 고유명사로 사전에 등재돼 있고 2015년 특허청 상표법에 따라 업무표장등록원부에도 등록돼 있다”며 “가고파는 이은상 선생이 쓴 시의 제목이지만, 이미 여러 의미를 지닌 고유명사가 돼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가고파’ 명칭 부활을 옹호했다.
이번에 이은상 시인과 가고파를 둘러싼 논쟁은 예전부터 ‘뜨거운 감자’가 돼왔다. 지난 1999년 옛 마산시가 ‘이은상문학관’ 건립을 추진할 당시 일부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당시 마산시는 그의 호만 가져와 ‘노산문학관’으로 명칭을 지었지만 이후에도 일부 단체의 계속된 반발로 2005년 ‘마산문학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2013년 2월 마산역광장에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가 설치될 때도 마찬가지다. 반대 단체의 철거 요구는 물론 시비를 페인트로 낙서하는 등 반발하는 일들이 여러건 발생했다. 결국 반대 여론을 감안해 같은 해 11월 시비 옆에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를 세웠다. 수호비에는 이 시인의 친독재 행보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은상 시인을 기리는 시비와 비판하는 비가 나란히 세워지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마산 국화축제의 명칭도 여러번 바뀌었다. 지난 2000년 처음 명칭은 ‘마산국화축제’였다. 2003~2004년에는 ‘마산국화박람회’로 변경됐다가 2005년 전국 공모를 통해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가고파’ 명칭을 처음 사용했다. 그러다 2019년부터 ‘가고파’를 뺀 ‘마산국화축제’로 명칭이 또 바뀌었다. 당시 창원시는 명칭변경 이유에 대해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축제 명칭 간소화’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 했지만 지역에선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입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명칭을 바꿀지 여부는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창원시의회 임시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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