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브랜드가 현재의 인기를 계속 유지하려면?

아이즈 ize 홍수경(칼럼니스트) 2024. 7. 15. 15: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홍수경(칼럼니스트)

지난 12일 열린 뉴욕아시안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영화 '빅토리'의 주인공 혜리((왼쪽에서 세번째)와 박세완이 시사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Rom Choi / New York Asian Film Festival

지난 7월 12일 뉴욕을 대표하는 여름 행사 중 하나인 '뉴욕아시안영화제'가 배우 혜리의 신작 '빅토리'와 함께 개막했다. 1999년 거제도의 고등학교가 배경인 청춘 드라마는 뉴욕의 관객들에게 원조급 K팝 아티스트인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김원준, 터보 등의 히트곡을 청취할 기회를 안겼다. 치어리딩이 소재이지만 외국 곡은 단 한 곡도 등장하지 않았고, 1999년 한국의 대중 문화를 자신 있게 녹여 넣었다. 뉴욕의 최고의 예술 영화관을 꽉 채운 다양한 인종의 관객들은 누구도 낯선 음악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았다.(다른 말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식 Y2K 노스탤지어는 '선재 업고 뛰어'로 이미 목격되었듯 한국 밖에서도 통하는 감성이 되었다.

뉴욕아시안영화제가 가장 최신의 아시아 영화제를 소개하며 23년을 지켜오는 동안, 아시아 콘텐츠의 시장 점유율은 왕성하게 성장했다. 한국 콘텐츠의 성장은 그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1년전 미디어 컨설팅 회사 '미디어 파트너 아시아'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동안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아시아 9개 국에서 5800만 유저가 한국 콘텐츠를 시창했고, 아시아 국가 중 한국 콘텐츠 점유율이 50퍼센트가 넘었다. '오징어 게임'의 단발적 성공으로 멈추지 않고 한국 콘텐츠 유저가 '오징어 게임' 전후로 꾸준히 증가했다는 분석이었다. 1년 전 아시아를 들썩였던 화제의 콘텐츠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 글로리', '모범 택시'였다. 분석 결과 한국 콘텐츠라는 브랜드 외에 스타 파워, 지역 언어 더빙, 보편적인 공감 소재, 복수 플롯, 여성 주연이 인기에 일조했다고 한다.

2024년 하반기로 접어드는 가운데, 한국 콘텐츠의 인기는 여전할까? '포브스 매거진'에서 오랫동안 한국 콘텐츠 기사를 써왔던 조앤 맥도널드 기자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다. 그는 "올해 미국에 진출한 드라마 편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품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긍정적 대답을 보내왔다. 제작 편수 감소에 관련해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들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면서 한국 제작 예산에 영향을 미쳤고, '오징어 게임'과 같은 히트작의 성공 이후 한국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과대평가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첨언했다. 거대 스트리밍 서비스의 제작 편수 감소는 사실 한국 콘텐츠뿐만 아니라 전세계 제작 편수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스트리밍 대기업의 대대적인 제작 예산 감축이 시작되었고, 여전히 더 나은 수익 모델을 위한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 콘텐츠는 꾸준히 공개되고 있고 '내 남편과 결혼해 줘'나 '선재 업고 튀어' 같은 작품이 대히트를 기록하며 트렌드를 견인하는 중이다.

맥도널드 기자는 한국 드라마에 더 큰 예산이 투입되면서 제작 품질이 좋아졌고 때문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콘텐츠만의 흥미로운 시스템으로 '웹툰'을 들었다. 미국에서 신인 작가가 창작 시나리오를 스튜디오 관계자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만의 피칭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웹툰은 이런 미국식 피칭 시스템에서는 배제될 수 있는 참신한 젊은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보이고, 이 풍부한 웹툰 자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들이 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 완성까지 공정 기간이 미국에 비하면 상당히 짧은 편이고 이는 늘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플랫폼 시대에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살인자ㅇ난감', 사진제공=넷플릭스

그 생산량을 유지하면서도 평균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 지금 한국 콘텐츠의 가진 최고 시장성이다. 맥도널드 기자는 "최근 들어 한국 콘텐츠를 다양한 파트너쉽을 통해 영화 수준의 카메라 워크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덕분에 '살인자ㅇ난감'이나 '마이 데몬', '기생수: 더 그레이'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하는 한편 "스토리텔링은 한국 콘텐츠의 강점"이라 강조했다. "좋은 드라마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새로운 설정을 통해 정서적으로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좋은 예다." 그가 포착한 스토리텔링과 비주얼 혁신은 올해 흥미로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냈다. "잔혹한 스릴러 '살인자ㅇ난감'과 올해 대성공한 판타지 러브 스토리 '선재 업고 뛰어'는 매우 다른 작품이지만, 두 작품 모두 시청자와 캐릭터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구축하는 데 능숙하고 보기에도 아름답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그의 의견이 그 시너지를 뒷받침한다.

반면 디즈니플러스(북미 훌루)의 한국 콘텐츠는 대부분 장기적인 화제몰이에 성공하지 못했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소수 팬층을 얻었지만, 이수연 작가의 '지배종'과 송강호 배우의 첫 드라마 '삼식이 삼촌'은 적지 않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주목을 받았다. 소재와 시도는 인상적이었다. 스트리밍 대기업의 투자가 아니었으면 제작이 여의치 않았을 드라마들이고 완성도는 영화급이다.

때문에 만약 한국 드라마가 미국 드라마의 품질에 도달하는 게 목표였다면 현재 한국 콘텐츠는 그 목표를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 파업 기간 동안 스트리밍 플랫폼의 빈 자리를 채웠던 한국 콘텐츠는 제 몫 이상의 역할을 해냈고 이제 더이상 'K-콘텐츠'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전세계 시민의 일상적인 콘텐츠로 안착하고 있다.

이를 테면 '워킹 데드'나 '왕좌의 게임' 새 시즌을 기다리듯 '오징어 게임'과 '스위트홈'의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게 어색하지 않고, 미국 아레나 공연장에서 K팝 스타 공연을 보는 것은 하나의 옵션이 되었고, 점심 시간에 (특히 아시아계) 동료와 앉아 '내 남편과 결혼해 줘'의 남편 캐릭터를 비웃는 대화가 가능하고, 주말에 '뉴욕타임스' 요리 뉴스레터를 열면 '콘치즈' 황금 레시피가 등장하고, 뉴욕 지하철에서 불닭볶음면을 장가방에 담은 어린 친구를 목격하게 되고, 시시때때로 극장에 '파묘'나 '탈주' 및 아이돌 공연 영상이 개봉하고, 세계에서 극찬을 받은 '데이브 더 다이버'같은 게임을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즐긴다. 한국인이 보기에 '매우 한국적'이라 느껴지는 것은 한국 밖에서 '신기하거나 힙한' 것으로 통용된다.

'오징어게임2', 사진=넷플릭스

한국 콘텐츠가 유명해지고 유례없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문제는 지속가능한 생산이다. 콘텐츠의 공개를 스트리밍 플랫폼에만 의존할 경우 기업의 예산 방향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극장 개봉과 TV 채널에 의존하던 수익 모델은 거의 붕괴되었고, 이제는 채널의 다변화와 IP 지분 확보가 더 큰 화두이다. 미국 창작자들이 파업을 거쳐 임금을 인상하고 재방영과 장기 스트리밍에 대한 수익 배분을 요청했듯, 창작자가 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혁신하고 새로운 창작자가 나올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거대 글로벌 기업 밖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그 작품들이 꾸준히 해외 영화제나 마켓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창작자 지원은 세대와 정체성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여러 창작자가 공동 작업을 하거나, 여러 부문에서 글로벌 협력이 빈번해지는 것도 익숙해져야 한다. K팝이 점점 K의 물리적 영역을 벗어나 세계 음악으로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처럼, 콘텐츠 분야 또한 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이해 관계와 분쟁을 현명하게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배워 나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국 콘텐츠를 아카이빙하여 새롭게 소개하거나 세계의 연구자들이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과거 작품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뤄진다면 한국 콘텐츠가 더 단단한 나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현장 담당자가 아닌 사람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쉽다. 노력과 공을 들였으나 의도한 만큼 관심을 못 얻기도 하고, 예상 외의 작품이 시대의 아이콘 급으로 급부상하기도 한다. 데이터가 주도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흥행과 성공의 공식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지금은 '성공'이 대체 무엇인지, 스트리밍이 많이 되었다는 것인지, 관련 상품이 많이 팔렸다는 것인지, 구독자가 늘었다는 것인지, 광고 수익이 기대 이상이라는 것인지, SNS에서 반응이 좋다는 것인지,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고전적인 투자와 수익 관점이 무너지면서 투자의 공식도 변했고, 타깃층이 한국 밖까지 확장되면서 제작 관계자들은 작은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글로벌 트렌드까지 챙겨야 한다.

'더 킬러스'

다시 뉴욕아시안영화제로 돌아가보자. 올해 '빅토리' 외에 이명세, 노덕, 김종관 감독 등이 함께 만든 '더 킬러스'가 월드 프리미어로 뉴욕에서 공개된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영화가 아니어서 제작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세대가 다른 감독들이 재능과 아이디어를 교류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냈다는 것은 꽤 고무적이다. 콘텐츠의 붐 속에서 이런 소중한 실험도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한국 콘텐츠가 여전히 새로운 실험으로 세상을 더 놀라게 만들 지점이 있기를. 한국 콘텐츠의 동의어가 '혁신'이 되기를.

뉴욕(미국)=홍수경 칼럼니스트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