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 SK빌딩서 나간다

부동산 인도 소송 항소 안 하기로…소송 1심서 마무리
1심 “SK빌딩서 퇴거…손해배상금 10.4억원 지급해야”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시사저널 박정훈

법원이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퇴거해야 한다고 판단한 가운데, 아트센터 나비 측이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미술관 인도 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그룹 측에 유감을 표했다. 아트센터 나비 측은 "서울고법(이혼 소송) 판결에서 최 회장과 SK그룹이 SK서린빌딩에서 나가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시가 있었음에도 소 취하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민사법상 SK 측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고(故) 박계희 여사의 유지를 받들어 예술의 감성이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의 모친이자 노 관장의 시어머니인 박 여사는 아트센터 나비의 전신인 워커힐 미술관 설립자다.

SK이노베이션도 항소 기한이었던 지난 9일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여기에 아트센터 나비까지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양측의 부동산 인도 소송은 1심에서 마무리됐다.

앞서 법원은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소송에서 SK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에게 부동산(SK서린빌딩 4층 전시관)을 인도하고, 10억456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계약으로 정한 날짜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아트센터 나비는 이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SK 측이 2019년 9월26일로 계약 해지일을 정해 서면으로 통보했기 때문에, 이날부터 약 42개월 동안의 임대료와 관리비 등 10억456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아트센터 나비 측은 "(이번 소송은) 최태원 회장의 노 관장에 대한 사적 감정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노 관장을 부당하게 축출하려는 권력 남용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계약에 따른 해지 통보와 부동산 인도 청구일뿐 SK그룹으로부터 부당하게 축출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아트센터 나비 측 법률 대리인은 "25년 전 최 회장의 요청으로 미술관을 (SK 빌딩으로) 이전한 것인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항소 여부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아트센터 나비의 현금성 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퇴거 판결을 수용하고 사무실을 재임대할 여력이 있다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