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초만에 180층 올라갔다”…초고속 엘리베이터 총집합 ‘이곳’ 가보니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4. 7. 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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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충주 본사 가보니
분속 1260m까지 검증 가능
시뮬레이터 체험에 현기증
AI가 탑승객 위험 감지해 대응
자율주행 로봇 연계 서비스도
남산타워 높이 테스트타워는
배전설비 등 마무리 공사 한창
지난 12일 충북 충주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에서 테스트타워 공사가 진행중이다. 내년 하반기께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이곳에서 초고속 승강기의 성능과 안전성 검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정유정 기자]
지난 12일 방문한 충북 충주시 소재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무더위 속에서도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테스트타워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달 상량식을 마친 테스트타워는 골조가 다 올라가고 지붕까지 얹어진 상태였다. 현재 내부 공사와 배전 설비,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국내 최고 높이인 235m의 이 테스트타워는 충주의 랜드마크가 될 예정이다. 이는 남산 서울타워(236.7m)와 비슷한 높이다.

충주 테스트타워에서는 15대의 엘리베이터를 검증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 속도인 분속 1260m 엘리베이터도 테스트가 가능해진다. 단 테스트타워 내 실제 엘리베이터는 분속 720m로 운행될 예정이다. 이 경우 최저층에서 최고층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32초에 불과하다.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에서 분속 1260m의 높이로 180층 건물(높이 약 580m)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시뮬레이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1층부터 180층까지 올라가는 데 33초, 내려가는 데 24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에서 탑승하는 엘리베이터가 분속 60m인 것을 고려하면 21배 빠른 속도다.

이곳에서는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필요한 ‘초고속 권상기’ 모형을 볼 수 있었다. 권상기는 로프를 감거나 풀어 승강기를 움직이는 장치로, ‘엘리베이터의 엔진’이라고 불린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개발한 초고속 권상기는 탄소섬유벨트를 활용한 로프를 이용한다.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10배 이상 단단하면서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력 사용량을 30% 절감할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에서 LG전자 로봇 클로이가 통신 모듈로 엘리베이터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탑승하는 모습. [정유정 기자]
스마트캠퍼스에서는 자율주행 로봇과 엘리베이터를 연계하는 등 현대엘리베이터가 개발 중인 각종 미래 기술들을 엿볼 수 있엇다. 건물 안내를 돕는 LG전자 로봇 ‘클로이’는 버튼을 누르는 대신 통신 모듈로 엘리베이터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원하는 층에서 승강기를 타고 내렸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합니다. 잠시만 양보해주세요”라는 안내음을 내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에서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로봇 ‘뉴비’가 통신 모듈로 엘리베이터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탑승한 모습. [정유정 기자]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뉴비’ 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뉴비는 1층에 있는 사내 카페에서 만든 음료를 싣고 5층의 대표이사실까지 배달하는 임무를 척척 수행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로봇 연동과 관련해 10여개의 특허를 출원하거나 등록했다. 분당 서울대병원, 한화리조트, 신한은행 사옥 등 15곳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약품·약제 이송, 룸서비스, 음료 배송, 택배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캠퍼스에 있는 쇼룸에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엘리베이터 내부 위험을 감지하는 ‘미리(MIRI) 뷰’를 체험했다. 미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유지관리 서비스다. 미리 뷰가 연동된 승강기에서 탑승객이 큰 소리를 지르자 승강기 모니터링용 화면에 ‘음성 알림 감지’라는 알림이 떴다. 또 탑승객이 1분간 동작을 멈추자 모니터링용 화면에 ‘이상 상황 감지’라는 문구가 나왔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미리(MIRI) 뷰’가 연동된 승강기에서 탑승객이 1분 동안 움직임이 없자 모니터링용 화면에 ‘이상 상황 감지’라는 문구가 나온 모습. [정유정 기자]
미리 뷰는 지능형 영상분석·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범죄나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AI가 관리자나 고객센터에 즉시 알려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돕는 셈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승강기 유지관리 서비스 미리와 승강기·로봇 간 연동 시스템은 엘리베이터 시장을 한 단계 성장시킨 핵심 기술”이라며 “끊임없는 R&D를 통해 승강기 산업의 밸류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 쇼룸에 놓인 도심항공교통(UAM) 이착륙시설 ‘H-포트’ 모형. [정유정 기자]
쇼룸에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미래 먹거리로 준비 중인 도심항공교통(UAM) 이착륙시설(버티포트) ‘H-포트’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고층 건물이 밀집된 도심 환경에서 이착륙장을 만들 수 있도록 자사의 수직·수평 이동 기술을 접목할 예정이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현대엘리베이터는 내년 상반기 모듈러 공법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7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공사 현장에서는 설치와 내외장만 진행하는 건축법이다. 이 공법을 이용하면 승강기 설치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폐기물·소음·분진 발생이 적다.

현대엘리베이터 스마트캠퍼스에서 24시간 운영되는 고객케어센터(HCCC). [현대엘리베이터]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현대고객케어센터(HCCC)도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충주 스마트캠퍼스에서 HCCC 소속 직원들은 1조 3교대로 근무한다.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공장에선 자동화·무인화 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주 공장의 자동화율은 78%다. 엘리베이터 도어, 천장, 바닥 등을 만드는 판금동에선 산업용 로봇이 로봇팔을 이용해 생산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공장의 자동화율은 95%에 달한다. 권상기를 만든는 TM(Traction Machine·권상기)동에서도 100%에 가까운 생산 자동화가 이뤄졌다. 무인운송로봇(AGV)이 공정을 따라 제품을 운반했다. 엘리베이터의 제어반 등을 생산하고 신뢰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조립동에 그나마 사람이 많았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는 2022년 충주로 본사를 이전한 후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충주 본사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은 7600kW 규모”라며 “이를 통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년 대비 약 51% 감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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