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시청역 사고, 운전자 과실”···브레이크등은 ‘난반사’

채민석 기자 2024. 7. 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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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가해 차량 EDR 분석 결과 등 통보
"실체적 진실 근접할 수 있는 분석 나와"
"주행 방향 등에 따라 불빛 밝기가 달라"
가해 차량 운전자 여전히 차량 결함 주장
상급종합병원 입원기간 2주··· 전원 앞둬
시청역 역주행 사고 가해 차량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국과수로 옮겨지고 있는 모습. 채민석 기자
[서울경제]

지난 1일 시청역 인근 사거리에서 역주행 사고를 내 9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운전자의 과실에 무게를 두는 감정 결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 당시 가해 차량 후방등이 점등된 것처럼 보이는 현상에 대해 국과수는 운전자의 제동장치 작동 증거가 아닌 외부 불빛에 브레이크등이 반사되는 ‘난반사’ 등으로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5일 서울경찰청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청역 사고와 관련) 실체적 진실에 근접할 수 있는 여러가지 분석 내용이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가해 차량 통보 내용이 사고 핵심 관계자나 사고 운전자의 진술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G80차량과 사고기록장치(EDR) 등을 지난 2일 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한 바 있다. 국과수의 정밀 감식은 통상 2개월가량 걸리지만, 사안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감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는 가해 차량 운전자 차 모(68) 씨가 가속페달을 90% 이상 밟았다는 취지 등의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청장은 “여러 분석 내용이 있는데, 운전자의 진술이 어떻게 나오든 더 이상 수사할 것이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운전자는 본인 과실보다는 결함 쪽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운전자를 상대로 확인해 볼 내용은 있다”고 덧붙였다.

국과수는 사고 당시 사고 가해 차량에 후방등이 점등 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에 대해 가로등이나 건물에 의해 브레이크등이 투영된 ‘난반사’나 외부 라이트나 불빛을 강력하게 반사 작용해 경고를 주는 기능인 ‘플리커’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브레이크는 밟으면 긴급제동장치의 불이 지속적으로 들어와 있어야 하는데, 국과수에서 난반사로 판별했다는 것은 차량의 주행 방향이나 각도에 따라 불빛 밝기가 달라졌다는 얘기”라며 “처음부터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보였으며, 운전자가 제동장치를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 씨는 여전히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 씨는 현재 갈비뼈 골절과 기흉 등으로 중상을 입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경찰은 병원을 방문해 두 차례 차 씨를 조사한 바 있다. 지난 4일 차 씨는 서울대병원에서 변호사 입회 하에 진행된 첫 피의자 조사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라며 차량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다.

이후 지난 10일 진행된 2차 피의자 조사에서도 차 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는 등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고 당시 차 씨와 함께 차량에 탑승해 있었던 부인은 지난 2일 경찰 조사에서 “제동장치가 들지 않은 것 같다”고 1차 진술을 한 바 있다.

현재 차 씨는 상급 종합병원 입원 기간이 2주인 탓에 사고 발생 2주가 지난 이날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전원 상태나 경과 등을 봐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시청역 역주행 참사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사고 현장에 남기고 간 남성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 댓글을 통해 피해자들을 모욕한 누리꾼 6명에 대해서는 확인 중에 있다. 지난 5일 경찰은 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내용의 쪽지를 남긴 20대 남성과 40대 남성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한편, 최근 교통사고를 낸 뒤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례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두 살배기 손녀를 태우고 출고된 지 1개월이 채 되지 않은 투싼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몰다 전복 사고를 낸 60대 운전자가 급발진 사고를 주장했지만, 국과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남 함안경찰서는 지난 13일 국과수가 차량에서 별다른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정밀 감정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EDR과 블랙박스 등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가 제동장치를 조작한 이력이 없으며, 사고 직전 가속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에도 서울 성북구 돈암동 소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남성 운전자가 운전하던 체어맨 차량이 다른 승용차와 오토바이 등을 들이받은 뒤 전복돼 일가족 4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지난 12일 오전 10시 20분께 서울 동작구 남성 사계시장에서 70대 후반 여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가게로 돌진하거나, 지난 9일에는 부산 사상구 엄궁동 소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남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놀이터로 돌진해 탑승자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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