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비만약' 재도전 나선 화이자…국내사 상업화 성과 기대감도↑
'1일 2회→1회' 투약 주기 변경 목표로 용량 최적화 재시동…상업화 성공 제품은 아직
화이자 개발 재개에 경구용(먹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현재 비만약 시장을 주도 중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제제들은 모두 주사제로 투약 편의성을 높이려는 제약사 간 경쟁이 한창이다. 경구제가 주사제 대비 압도적 편의성을 보유한 만큼 화이자 성과에 따라 시장 판도가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먹는 비만 치료제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에도 기술수출 등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경구용 비만치료제 '다누글리프론'의 개발 재개 계획을 발표했다. 임상 2상까지 진행된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반기 내 용량 최적화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연말 최적 용량과 세부 개발 계획 발표가 전망된다.
다누글리프론은 화이자가 임상 2상 단계까지 개발한 하루 2회 복용 경구용 비만 치료제다. 지난해 5월 '위고비' 대비 높은 체중 감소효과 데이터가 공개되며 주목받았지만, 높은 부작용 확률과 투약 중단 비중 등에 연말 개발 중단을 선언한 품목이다. 하지만 화이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하루 한 번만 복용하는 품목으로 개발한다는 목표다.
기존 임상 2b상까지 완료한 화이자의 경구용 비만약 개발이 후기 단계에 진입할 경우 잠재적 '게임체인저'로 부상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위고비와 '젭바운드'(체중감소율 15~20%) 대비 높은 효과를 노리거나, 주 1회 주사제의 투약 주기를 늘려 월 1회 제형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화이자의 개발 재도전은 국내사 상업화 성과 가속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자체 상용화 등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이전 수요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규 파이프라인을 외부에서 들여오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적극적인 편이다. 국내 개발사 역시 기술수출을 포함한 오픈이노베이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상업화에 유리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주요 국가에 대한 특허 취득을 완료한 상태"라며 "신약 물질에 대한 권리 확보 작업과 함께 라이선스 아웃, 오픈이노베이션 등 사업 제휴 전략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미 관련 기술수출 성과를 거둔 뒤 그 범위를 확장 중이다. 회사는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형 비만치료제 'DD02S'와 'DD03'을 개발 중이다. 속도가 빠른 쪽은 DD02S로 현재 미국 1상 IND(임상시험계획서) 신청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4월 미국 멧세라(Metsera)에 두 물질을 포함한 비만 파이프라인 4개를 55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이후 추가 계약 등을 통해 총 6개 파이프라인(약 7700억원)까지 계약 규모를 확대한 상태다. 디앤디파마는 멧세라가 주도할 본임상에 앞서 IND 준비 단계에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당초 계약에 포함된 내용은 아니지만 펩타이드 디자인에 특화된 후보물질 발굴 역량을 인정받아 참여 범위가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역시 글로벌 대형사들의 개발 경쟁이 거세지면서 초기 개발 단계 원개발사들의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며 "경구제가 아직은 비만약 시장에서 주류는 아니지만 시장 자체가 지속 성장 중인 만큼 개발 중단까지 했던 대형사가 다시 가세하는 현상은 관련 기술 수요를 키울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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