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한화엔진 꺼진다"...공정위가 M&A에 손 쓴 이유
"HD현대그룹(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이 부품 공급을 끊으면 판매 손실은 나지만 한화그룹이 엔진 자체를 만들지 못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엔진 판매량이 증가하므로 경제적 유인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우려를 고려, 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 그 자회사인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KMCS) 인수에 조건을 달았다.
경쟁당국은 HD현대가 기업결합 이후 엔진의 핵심 품목인 크랭크샤프트 공급선을 쥐고 지배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3년 동안 KMCS가 경쟁사에 부품 공급을 거절하거나 가격을 높이지 못하도록 했다.
당국은 기업결합심사에서 인수·합병으로 인한 시장 독과점 문제를 방지한다.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결합 자체를 금지하거나 경쟁제한성을 회복할 만한 시정조치를 부과한다.
이번 심사에선 경쟁제한성 우려가 불거졌다. 이미 △선박 △선박용 엔진 △엔진용 부품 제조업을 수직계열화한 HD한국조선해양이 추가로 엔진 부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우는 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HD현대의 독과점 가능성과 그 경쟁사업자인 한화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한화엔진이 그동안 의존했던 KMCS로부터 선박용 엔진의 부품인 크랭크샤프트를 공급받지 못할 경우 시장의 판도가 HD현대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국내 크랭크샤프트는 △HD현대중공업 △KMCS △두산에너빌리티 3개사가 생산한다. 부품의 수요자는 국내 선박용 엔진사 △HD현대중공업 △한화엔진 △STX중공업 △STX엔진 4개 사가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HD한국조선해양의 HD현대중공업은 엔진의 필요한 부품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반대로 한화엔진은 크랭크샤프트를 모두 외부조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80%) 및 KMCS(20%) 등으로부터 구입한다.
KMCS가 HD현대에 편입되는 건 한화엔진에는 악재다. 부품 공급선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한화엔진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한화오션의 조선업 자체도 지장 받게 된다.
대체선 확보도 어렵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생산량을 키우기도 녹록지 않다. 최근 원전 핵심 기기 수주 증가로 가동률은 포화 상태다. 중국 부품도 있지만 선주 및 조선사들의 비선호, 내구성 등 품질 차이, 납기 불확실성, 운송비 등 고려하면 대체 가능성이 낮다.
이번에 공정위는 결합 당사들에 3년 동안의 행태적 조치 부과를 결정했다. 앞으로 선박용 엔진의 필수 부품인 크랭크샤프트 공급 거절과 가격 인상을 막는 조건들이다.
구체적으로 경쟁 엔진사가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요청하는 경우 생산능력 범위 내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체결을 거절하지 않도록 했다. 또 2023년에 계약 체결한 공급 물량만큼은 매년 생산능력과 무관하게 계약체결을 거절하지 않도록 한다.
경쟁 엔진사에 공급하는 크랭크샤프트의 가격을 금속가공제품 생산자물가지수 인상률을 초과해 인상하지 않도록 한다. 아울러 경쟁 엔진사에 공급하기로 계약한 물량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납기를 지연해서도 안 된다.
정 국장은 "이번 시정조치를 (3년으로) 설계하면서 조선업의 호황·불황 사이클을 고려했다"면서 "2023년부턴 선박 수주가 감소하게 됐는데 3년 후쯤이면 크랭크샤프트 수요가 감소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엔진은 (부품 공급을) 내재화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어서 경쟁제한성 문제는 3년 동안의 행태적 조치로서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며 기업결합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기술을 접목해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하고 그룹 내 조선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STX중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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