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기술 탈취, 명백한 범죄행위”…전선업계 무슨 일

이진주 기자 2024. 7. 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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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동해사업장 전경.

국내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이 건축사무소를 통해 경쟁사에 넘어갔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11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 서울 우면동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내부 서류 등을 토대로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이 실제 대한전선에 유출됐는지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LS전선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했는지 여부”라면서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한전선 및 건축·설계업체인 가운종합건축사무소(이하 가운) 관계자 등을 형사 입건해 조사를 벌였다. 가운은 과거 LS전선의 케이블 공장 건설을 맡았던 시기에 LS전선이 갖고 있던 고전압 해저케이블 기술과 관련한 정보를 얻어 이를 대한전선에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가운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대한전선 공장)설계를 요청했고, 계약금액이 LS전선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며 “LS전선의 다른 협력사들에도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가운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했으며, 이후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공장 건설을 맡았다. LS전선은 연선 등 공정 설비들의 배치를 위해 각 설비의 크기, 중량, 특징 등을 명시한 도면을 가운에 제공했다.

통상 해저케이블 설비 및 레이아웃은 각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정립하며 일반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특히 고전압 해저케이블 기술은 중저압 케이블보다 작동 속도와 내구성이 우수해 해상풍력 발전의 고부가가치 기술로 평가받는다. LS전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초고압 지중케이블 업체는 수십개지만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 업체는 LS전선을 포함해 유럽과 일본 업체 등 6개사에 불과하다.

LS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납품한 적이 있다고 하는 해저케이블은 1~2㎞ 수준의 짧은 케이블에 불과하다”며 “수십㎞, 수천t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인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전선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가운은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공정하게 선정했다”면서 “대한전선이 가운에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경쟁사의 계약 금액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저케이블 공장의 레이아웃은 해외 설비업체로부터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핵심적인 기술 사항이 아니다”라며 “기술 탈취의 목적으로 경쟁사의 레이아웃과 도면을 확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대한전선은 “대한전선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독점기업의 과도한 견제는 중단되어야 한다”며 “진행되는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과 다른 부분은 바로잡고,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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