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수수료 인상…점점 거세지는 반발

김지우 2024. 7. 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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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1위 배민, 수수료율 6.8%→9.8% 인상
업주들, 비용 부담에 음식 가격 인상 전망
프랜차이즈들 "철회 촉구…법적 조치도 검토"
자사앱 활성화 한계…"온플법 제정 시급"
/그래픽=비즈워치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의 중개수수료 인상 결정에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정률제 요금제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수수료 인상이 단행될 경우 외식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배달 운영 비중이 높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배달앱 수수료 인상은 결국 소비자 부담 증가를 낳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매장 운영 부담이 커지면 서비스 품질이 하락하고, 수익 보존을 위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매장 이용 가격과 배달 메뉴 가격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철회 촉구…법적 대응 나설 것"

15일 오전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엔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11개의 중소상인·배달노동자·소비자시민단체가 참석했다. 배달의민족이 지난 10일 배민1플러스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기자회견이다.

이들은 이번 중개수수료 인상에 대해 "인상액으로만 따지면 44%에 달하는 인상률"이라며 "이미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은 고금리, 고물가, 공공요금 부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가계의 경우 실질소득은 감소했지만 외식비·배달비가 상승하면서 식료품·비주류 음료 구입비와 외식 식대 지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배달앱을 이용하는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연쇄적인 음식 가격 인상이 발생해 소비자의 가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배달의민족 라이더 오토바이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외식프랜차이즈 본사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산하 1000여 개의 회원사와 12만여 개의 소속 가맹점사업자들은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배달의민족이 수수료율 인상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인상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회원사 및 소속 가맹점들, 외식업계 및 소상공인 업계와 연대해 법적 대응 등 가능한 한 모든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가격을 부당하게 올리는 것을 제재하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더불어 규탄대회나 타 외식업·소상공인 단체들과 연대해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 움직임을 벌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률제 부담 이미 크다"

이처럼 업주들의 반발이 거센 이유는 지속 상승하는 임대료, 공공요금 등 제반경비와 더불어 매년 인상되는 원재료 원가 인상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 요금체제 변화로 자영업자의 부담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배민은 정률 요금제인 '배민1플러스'를 출시했다. 입점업체는 이 요금제에 가입해야 현재 무료배달에 해당하는 묶음배달 서비스인 '알뜰배달'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배민1플러스는 건당 중개수수료 6.8%에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배민이 직접 2500~3300원으로 정하는 요금제다.

배민1플러스(왼쪽), 가게배달인 울트라콜 요금제 안내 /사진=배달의민족 홈페이지 캡처

특히 배민은 정률제인 자체배달 상품 '배민1플러스'(배민배달)와 정액제인 '가게배달' 두 가지 형태를 운영한다. 가게배달 서비스 중 하나인 울트라콜은 주문 건수와 관계없이 월 8만8000원을 내면 된다. 반면 배민1플러스는 정률제이기 때문에 매출이 높을수록 배달이용료도 그에 비례해 증가한다. 

협회, 자영업자 등에 따르면 배민1플러스 이용 여부에 따라 배민 내 노출 순위, 프로모션 등에서 차별을 뒀다. 이 때문에 가맹점들이 울며겨자먹기로 배민1플러스를 이용한다는 설명이다.이번에도 철회할까

앞서 지난 2020년 배민은 정률제인 '오픈서비스'를 도입하려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철회했다. 오픈서비스는 기존 정액제인 오픈리스트 광고를 변형해, 주문금액의 5.8%(부가세 별도)를 부과하는 광고제였다. 이후 배민은 클릭당 요금을 부과하는 '우리가게클릭'과 배민1플러스를 잇따라 출시했다.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65%로, 업계 1위다. 배민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약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중 4127억원은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배당금으로 전달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수익을 거둬 모기업만 배불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 사진=우아한형제들 뉴스룸

중개수수료 인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배민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배민1플러스 입점 업주 부담 수수료 인상률 44%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개수수료를 인상하긴 했지만 배달비를 배민이 직접 정하는 만큼 배달비 인하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총 부담액 기준 인상률을 감안하면 인상율은 약 0~7.9%이라는 설명이다. 배민은 이번에 인상한 중개수수료율도 쿠팡이츠 등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또한 배민은 지난 10일 배민앱 이용자환경(UI)을 전면 개편하면서,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통합한 '음식배달' 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가게배달 노출을 보장하기 위해 음식배달 외에 가게배달 탭을 별도 운영하기로 했다.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차별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중재안 없을까

업계에서는 이대로 배민의 수수료 인상이 단행될 경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자사앱 활성화에 힘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자사앱을 리뉴얼하거나 마케팅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식이다. 하지만 기존에도 자사앱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미 이용량이 공고한 배달앱을 뛰어넘기엔 한계가 있었다. 

특히 프랜차이즈는 배달앱 이용 비중이 높은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2023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의 59%는 배달앱을 사용한다. 

나명석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배달앱에 수십만 영세 자영업자들이 매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지출하고, 배달앱 3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3000만여 명에 달하는 등 영향력이 크다"며 "배달앱들이 마음대로 수수료와 광고 정책을 변경하고, 입점업체에 물가 인상의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픽=비즈워치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배달앱 수수료 인상은 매장 운영 부담을 가중시켜, 서비스 품질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수익 보존을 위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즉 소비자 부담 증가로 귀결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펜데믹 이후 배달앱 매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배달앱 수수료가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저시급이 1만원을 돌파한 시점과 맞물려 배달앱 수수료가 일방적으로 올라,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배가되고 있다"면서 "정치권이나 공정위 같은 정부기관에서 사실상 독과점 지위를 갖고 있는 배달앱들의 횡포를 바로 잡아주길 바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방적인 새로운 요금제 출시, 수수료율 강제, 부당한 자사 서비스 우대 등 플랫폼의 운영 행태를 방지할 수 있는 '온라인플랫폼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부처가 수수료율을 제재하기 어려운 만큼 법과 제도적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수수료 한도제를 도입하고 배달앱 입점업체들이 수수료 등을 배달앱사와 협의할 수 있는 규정이 시급하다"며 "국회와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마지막 비명을 외면하지 말고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에 힘을 모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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