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행복버스’, 오지마을 500곳 찾아 7만4000㎞ 달렸다
“이제 혼자 표를 끊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자식들한테 덜 미안하지.”
무인판매기(키오스크)를 이용해 처음 버스 승차권을 직접 사 본 오삼순 할머니(72)가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남 장성군 진원면 작동마을에 사는 오 할머니는 버스를 타고 광주광역시에 있는 딸들 집에 다녀오곤 한다.
하지만 터미널 키오스크에서 승차권을 사는 것은 할머니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매번 딸들이 따라와 승차권을 발권해 줬다. 오 할머니는 15일 마을로 찾아온 ‘전남행복버스’를 통해 키오스크 사용법을 처음 배웠다.
할머니는 “승차권 사는 법을 배우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나 어깨너머로 다른 사람이 하는 것만 봐 왔다”라면서 “직접 해보니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남 오지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에게 각종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복버스가 500번째 마을을 방문했다. 2021년 8월10일 첫 운행을 시작한 지 2년11개월 만이다.
이날 행복버스가 찾은 작동마을은 떠들썩했다. 50여명의 주민들은 도립국악단의 판소리와 민요공연에 “얼씨구” 하며 추임새를 넣고 손뼉을 쳤다. 간단한 의료 시설을 갖추고 있는 버스에서는 혈압과 혈당 측정, 치매와 스트레스 검사 등이 진행됐다.
키오스크 사용법 교육에는 많은 주민이 관심을 가졌다. ‘교육용 키오스크’는 카페나 영화관, 터미널, 약국 등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과 같은 상황에서 직접 주문을 해 보며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마을 정자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주민들에게 염색과 머리 손질을 해주고 있었다. ‘칼갈이’ 서비스도 인기였다. 날이 무뎌진 칼 4∼5자루씩을 들고 온 주민 발길이 이어졌다.
전남 행복버스는 운행 초기였던 2021년 보건·복지를 중심으로 14개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읍내 보건소까지 가기 힘든 오지마을 주민들의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도맡았다.
행복버스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주민 호응이 늘면서 제공 서비스도 늘어났다. 2023년에는 갓 튀긴 팝콘과 함께 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키오스크 교육 등이 추가돼 보건·복지·문화 등 26개의 다양한 서비스를 마을에서 누릴 수 있다.
그동안 행복버스를 이용한 주민은 1만6565명에 달한다. 마을마다 평균 43.1명의 주민이 383.1건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주민 1인당 8.8건의 각종 서비스를 받은 셈이다.
행복버스가 누빈 거리는 7만4804㎞로 서울∼목포(370㎞)를 200번 오간 것과 비슷하다. 이용 주민 78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99.1%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우리 마을에도 행복버스를 보내달라’는 이장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상심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움직이는 복지시설’인 행복버스가 전국 지자체를 대표하는 복지 서비스가 됐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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