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목소리는 누구?”…불법 도박 사이트 직원을 찾습니다

박영민 2024. 7. 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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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걸려온 전화. 이용자에게 사이트 이용에 관해 안내하는 전화입니다. 2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다양한 이벤트 진행 중"이라면서 "도박 사이트 첫 화면에서 확인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용자가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하자 "잠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바로 (충전이) 될 것"이라고 안심시킵니다.

조직원 : 안녕하세요. 여기 가입해주신 사이트 룰○○라 입니다.
제보자 : 아, 예.
조직원 : 저희 지금 슬롯 첫충(첫 충전)에 다양한 이벤트 진행중이에요.
많은 이용 부탁드릴게요.
제보자 : 뭐 이벤트 있어요?
조직원 : 네, 지금 이벤트 여러 가지 하고 있어서 사이트 들어오시면
바로 메인에 떠 있어서 확인 가능하세요.
제보자 : 알겠습니다. 근데 그거 충전할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던데?
조직원 : 어? 지금 바로 바로 되는데? 아마 그때 잠깐 오류가 있었나 봐요. 바로 될 거예요.
제보자 : 알겠습니다.
조직원 : 예. 감사합니다.
[출처 : 도박없는학교]

또 다른 사이트에서 20~30대 추정되는 남성의 전화가 걸려 옵니다. 이 남성은 이용자의 도박 사이트 가입 경로를 확인합니다.

안전한 도박 사이트인지 검증해주는 업체를 통해서 가입했다고 답하자, 계좌 번호와 생년월일을 묻습니다.

이후 어떤 도박을 주로 하는지 묻고 사이트 규칙을 알려줍니다.

이어 '양방'을 할 경우 당첨 금액이 몰수된다고 안내하는데, 여기서 양방은 50% 확률인 도박에서 또 다른 도박 사이트를 통해 양쪽에 돈을 건 경우를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양방인지 부정 베팅인지 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용자가 큰 돈을 딴 경우 도박 사이트 측은 양방이라고 주장하면서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조직원 : 안녕하세요. ○○○ 회원님 맞으실까요?
제보자 : 예. 맞습니다.
조직원 : 러○ 본사에서 가입 승인차 연락드렸습니다. 가입하신 경로가 어떻게 되실까요?
제보자 : ○○사이트(에서) 보고 왔습니다.
조직원 : 가입하실 때 기재해주신 계좌번호 한 번만 불러주시겠어요?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시죠? 주 종목이 어떻게 되세요?
제보자 : ○○○요.
조직원 : 다른 거는 뭐 안 하시고요?
제보자 : 네.
조직원 : 네. 저희가 공통적으로 안내드리는 사항이거든요. 부정베팅이나 양방으로
확정되시면은 당첨 금액 전액 몰수처리 되시고요. 저희 홈페이지 들어가셔서
규정사항 한 번 확인해주시고 이벤트도 많이 하고 있으니까
확인 후 이용해주시면 됩니다.
제보자 : 네.
조직원 : 예. 감사합니다.
[출처 : 도박없는학교]

"이 목소리는 누구?"…불법 도박 사이트 직원을 찾습니다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가 이 통화에 나온 직원을 찾는 데 뛰어들었습니다. 특정된 인물에 대해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인데요.

이를 위해 이 시민단체는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 직원과의 통화 2건을 우선 공개하고, 해당 목소리 주인공이 누구인지 제보를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불법 도박 조직들의 전화 영업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조 교장은 "청소년들이 도박을 끊으려고 해도, 불법 도박 조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서 '이벤트를 한다' '잘 해드리겠다'는 식으로 영업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하면 전화 영업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교장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뿐만 아니라 범죄에 가담한 직원도 모두 처벌받는다"면서 "책임자들은 모아둔 돈이라도 있겠지만, 직원들은 그저 소모품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


앞서 도박없는학교는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가 사용한 '은행 계좌' 목록을 공개하고, 가장 많은 계좌가 발견된 은행에 이른바 '도박방조상'을 전달했습니다.

조 교장은 범죄 이용 계좌가 지급 정지되면 수익금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범죄 조직에 큰 타격을 주는 방법이라고 강조해왔는데, 현행법상 근거가 없어서 우선 은행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 상을 받은 은행은 도박없는학교와 이른바 '핫라인'을 구축해 불법 도박 이용 계좌에 대해 우선 지급정지 조치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목소리 공개를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불법 도박 조직 운영에 지장을 주겠다는 계획으로, 조 교장은 앞으로 하루에 1개씩 불법 도박 사이트 직원 목소리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도박없는학교'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앞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의 '돈줄 차단'을 위해 '전화금융사기'뿐만 아니라 '불법 도박 사이트'에도 '계좌 동결'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일부 금융기관은 불법 도박과 연관된 계좌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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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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