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찬사 쏟아졌다…실리콘밸리도 분위기 '대반전' [송영찬의 실밸포커스]

실리콘밸리=송영찬 2024. 7. 1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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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의 지지 선언과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총격 테러라는 초유의 사태를 감안해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실리콘밸리와 미국 테크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눈치 보기’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 '공개지지', 베이조스 '찬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오른쪽)./ 사진=AFP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14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우리의 전 대통령은 오늘밤 말 그대로 화염 속에서 엄청난 우아함과 용기를 보여줬다”며 “그가 안전함에 매우 감사하다”고 적었다. 미국 폭스뉴스는 베이조스 창업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랜 악연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의 찬사는 지지 표현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베이조스 창업자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화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는 2016년 대선 때 별도의 ‘트럼프 검증 취재팀’을 꾸렸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런 WP를 향해 “가짜뉴스”라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이조스를 향해 직접 ‘멍청이(bozo)’라 부르고 아마존에 대해서는 “세금 도둑”이라 비하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찰이 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공개 지지선언을 했다. 머스크 CEO는 전날 자신의 X 계정에 “그의 빠른 회복을 희망한다”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썼다. 머스크가 2022년 “트럼프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늙었고, 그는 일몰 속으로 항해해야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만에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14일 자신의 X 계정에 “역사에서 1인치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민주당원들이 앞장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양비론적인 태도를 거부하는 것을 보니 기쁘다”고 덧붙였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해서 매우 기쁘다”는 글을 남긴 이후에도 이틀 연속 메시지를 낸 것이다. 

다른 테크업계 CEO들의 테러 규탄 메시지도 이어졌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전날 자신의 스레드 계정에 “오늘은 우리나라에 정말 슬픈 날”이라며 “정치적 폭력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언제나 규탄받아야 한다”고 썼다. 팀 쿡 애플 CEO과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각각 자신의 X 계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썼다.

 '민주당 텃밭' 실리콘밸리도 돌아서나 

사진=게티이미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실리콘밸리의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리콘밸리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캘리포니아주 안에서도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꼽힌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실리콘밸리가 포함된 캘리포니아 17·18·19 지역구에서는 모두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70%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됐다. 테크업계 특성상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고학력 젊은층과 이민자들이 많은 게 이유였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고소득층 때리기’에 민심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1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25%의 재산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기부자로 꼽히는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공동 창립자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전에도 트럼프에게 투표한 인물이 많았지만 이제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캠프는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예전보다 많은 정치 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산호세, 팔로알토, 마운틴뷰, 쿠퍼티노 등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2016년 혹은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기부한 사람 중 3%가 다음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트럼프의 암호화폐와 신기술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에 매력을 느끼는 인구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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