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트럼프는 신이 살렸다"…엄숙한 경호속에 들썩이는 밀워키
방탄 조끼 입고 무장한 경찰…긴장 속 경계태세 강화
컨벤션효과 극대화 노리는 트럼프…화합 메시지 낼듯
정적 헤일리도 연사로 참석…당내 통합으로 대선 쐐기
[밀워키(미 위스콘신주)=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밀워키. 4년마다 돌아오는 미국 최대의 ‘정치파티’지만,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하자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고조돼 있었다.
전당대회장 주변 도로는 철제 펜스와 차단벽이 설치돼 이동제한구역, 차량 검사구역 등 다층적 보안구역이 설정됐다. 수많은 방탄조끼를 입은 무장 경찰을 비롯한 비밀경호국(SS)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파이서브 포럼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항 수준의 보안 검색을 거쳐야 한다.
한 경찰은 “이미 18개월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 왔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사태로 추가로 경계가 강화된 것은 아니지만, 모두들 긴장감을 갖고 순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장 주변에서 만난 공화당원들은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초유의 총격 테러가 안긴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 들뜬 모습이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고 입을 모았다. 파이서브 포럼으로 들어가는 보안 검색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밥 쿤스트 씨는 ‘바이든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배신했다’는 패널을 들고 “바이든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신이 트럼프를 살렸다”며 “나는 이것이 우리가 승리한다는 계시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프랑스의 영웅 ‘잔다르크’를 연상케 하는 이 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 사이의 강력한 유대감을 보여줬고, 트럼프 캠프와 지지자들은 이 사진을 선거기간 내내 활용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디애나주 공화당원은 이날 펍을 단체로 빌려 내일부터 시작될 전당대회 전야제를 보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저녁 밀워키에 도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어제의 끔찍한 일로 인해 내 위스콘신 방문과 공화당 전당대회 일정을 이틀 연기하려 했으나, ‘총격범’ 또는 암살 용의자가 나의 일정표나 다른 어떤 것을 강제로 바꾸게 할 수는 없다”고 적었다. 연약한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해 강인한 이미지를 계속 부각시키면서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대 내내 참여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전대 마지막 날인 오는 18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워싱턴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 “이번 일로 이제 완전히 다른 연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승기를 잡은 그는 바이든 대통령 공세에서 벗어나 국가적 단합을 촉구하며 리더의 면모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선 내내 각을 세웠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전당대회 이틀째 날에 연설자로 나서기로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전당대회에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선을 포기하면서도 곧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던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껄끄러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컨벤션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건 이후 당내 통합을 강화하면서 재선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헤일리 전 대사 역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보다 커진 만큼 트럼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면서 본인의 몫 챙기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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