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코리아 디스카운트' 부끄러운 민낯
SK 최회장 개인송사, 그룹차원에서 대응
알짜기업 두산밥캣을 적자기업 자회사로 재편
두산밥캣 주주들 손해 고려 안돼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비판도 '유야무야'
윤정부 밸류업 갈길 '멀고 험해'
스마트폰 1위 삼성, 코리아 디스카운트 영향
두산그룹 사업재편 '주주 무시'
애플은 지난해 6월 30일(현지시각) 처음으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년여 만인 지난 9일(현지시간) 또 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총 3조 5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시총은 15일 기준으로 우리 돈으로 510조 원 안팎.
애플의 시총 규모가 삼성전자 규모의 8배를 넘는다.
그리고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추세이다.
삼성전자는 24년 1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0%로, 전세계 1위 기업이다.
애플의 점유율은 17%로, 급속 성장 중인 3위 중국 샤오미로부터 2위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도 시총 규모는 왜 애플이 8배 이상 많고 그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걸까?
삼성은 스마트폰 외에 반도체와 가전 등 하드웨어가 주력사업이고 애플은 전자기기 외 클라우드와 OS, 디지털 콘텐츠 사업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여러 요건들을 감안하더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걸 부인 할 수 없다
지정학적인 위험 요소도 감안해야겠지만 재벌 회장이 마치 대기업 집단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고 이를 용인하는 한국의 특이하고 왜곡된 기업 문화 말이다.
한국에선 주주가 아니라 재벌 회장만이 마치 기업의 주인인 것처럼 인식되고 또 그렇게 행세한다.
기업을 재벌 일가의 개인 자산 쯤으로 보는 상황에서 주주들의 이익이 보호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설 자리가 없다.
수년 전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외국 주식 특히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저평가된 기업과 주식의 가치를 끌어올려보자는 취지로 이른바 밸류업 정책이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코리아 밸류업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최근에만도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SK그룹이 최태원 회장 개인 송사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SK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 추구협의회는 지난달 최태원 회장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로 인해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최 회장을 적극 지원하고 보호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 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의 최초 원인 제공자가 대주주 최 회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최 회장 개인 송사를 그룹 차원의 문제라고 여기는 SK그룹 경영진의 인식과 기업 문화를 보고 전 세계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뢰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두산그룹의 사업 재편 안도 마찬가지이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게 핵심인데, 문제는 두산 로보틱스가 적자 회사인 반면 두산 밥캣은 연간 1조원씩 돈을 버는 알짜 회사란 점이다.
두산로보틱스가 밥캣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주식 교환 비율을 1대 0.63으로 산정한 것은 두산밥캣 투자자 입장에선 눈뜨고 코 베이는 꼴이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알짜기업 두산 밥캣의 주식 한 주를 회사 규모도 작고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65%밖에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두산밥캣 주주들의 손해는 고려되지 않았다.
한국 기업거버넌스 포럼은 "알짜인 두산밥캣을 떼어내는 두산에너빌리티의 70% 일반주주들도 당황스럽겠지만, 연 매출이 10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이 1조3천억원이 넘는 상장회사 두산밥캣의 과반수인 54% 일반 주주들은 어떤 상황에 처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매출 규모가 두산밥캣의 183분의 1인 530억원에 불과하고, 무려 192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와 같은 기업가치로 주식을 바꿔야 하는 것은 충격적인 상황"이라고도 했다.
LG그룹은 2년 전 LG화학에서 알짜 부문을 물적 분할한 뒤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들어 상장했다.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손실은 별다른 고려 대상 조차 되질 못했고 쪼개기 상장이라는 비판도 유야무야 넘어가고 말았다.
품질과 서비스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도 번번이 평가절하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부끄러운 민낯'들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의 최우선 과제는 내부 투명성을 높여 1인 지배의 후진적인 지배구조서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도 그 방향에서 흔들려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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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성기명 논설위원 kmsu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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