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자리 12%인 314만 개, AI 기술로 대체될 것"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와 달리 고소득·고학력 노동이 AI 많이 노출돼
한국 고용시장 취약점 男 50대 이후 조기 퇴직·女 30대 후반 경력 단절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유연하고 안정적인 노동시장 구조적 변화 필요
우리나라 일자리 중 12%가 AI(인공지능) 기술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부국책기관의 토론회 자리에서 제기됐다.
KLI(한국노동연구원)·KDI(한국개발연구원)는 15일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중 '노동시장의 현재와 미래' 세션에서 발제를 맡은 한국은행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우리나라 일자리 중 AI에 크게 노출(상위 20%)돼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가 약 314만 개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또 고소득·고학력 노동자일수록 AI에 더 크게 노출돼 기존의 저소득·저학력 노동자와 중소득·저학력 노동자를 각각 대체해온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의 노출 지수와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남성이 많이 진출한 일자리가 AI 노출 지수가 높되, 연령별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 팀장은 새로운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생산성 증대를 통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AI로 인해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노동수요와 임금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대체효과가 특정 그룹에 집중되기 때문에 교육·직업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므로, 고용재조정을 통해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체제·기득권만 지키려 하면 급격한 기술변화의 영향으로 부정적인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면서 생산성을 증대시키도록 생산과정을 바꿀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세션에서 발제를 맡은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한요셉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에도 남성들은 50대 이후 조기퇴직이, 여성은 30대 후반 이후 경력 단절이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 결과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temporary employment)' 비중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약 4배에 달하는데, 이는 주로 임금의 지나치게 높은 연공성, 과도하게 강한 고용보호의 부작용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으로 정규직 노동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우리나리 인구 대비 정규고용(permanent employment) 비중은 55~64세 남성이 32.2%, 25~54세 여성이 43.1%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시기 OECD(자료 없는 이스라엘, 멕시코 제외)의 평균치인 47.2%, 50.3%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 연구위원은 2050년까지 15세 이상 취업자 수가 지난해보다 약 14% 하락하고, 특히 15~64세 취업자는 약 3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는 만큼, 더 오래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 핵심 과제라고 제시했다.
초고령사회에 적합한 유연하고 안정적인 노동시장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 완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보호의 차별성 축소, 고용안전망 강화, 연령차별 극복 및 자발적 고용연장 장려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미래 노동의 과제' 세션에서 KLI 성재민 부원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된 우리나라 상황에서 인구변화,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기업의 다층적 필요에 부응하는 유연성 제고가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장근로 포함 유연근로의 활성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동의 절차 개선을 통한 임금체계 유연적 변화, 기업 내 기능적 유연성 제고를 위한 배치전환, 출향 등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법은 최소한만 규정하고, 현장 노사의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 등 다양한 근로조건 관련 사안들이 조정될 수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와 동떨어졌다.
예를 들어 조직 내 사안에 근로자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면서 경영진과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모임이 있다는 응답이 EU(유럽연합) 15개국의 근로자들은 70.5%에 달했지만, 우리나라 근로자는 33.4%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성 부원장은 기업의 운영 문화나 정부의 노동정책이 꼭 노동조합이나 법에 따른 근로자 대표체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현장 노사의 의견 교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촉진해야 노동시장의 유연적 작동이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권혁 교수는 AI 기술의 발전과 초고령 사회로 전환한 데 따라 기존 고용구조가 해체되고 자영노동이 확대되면서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커지고, 기술 발전으로 일하는 장소·시간에 있어 자율성과 재량성이 확대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노동법은 정해진 근로 장소와 시간, 지휘명령에 따른 수동적 근로자상을 전제로 한 전통적 노동법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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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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