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시민참여형 캠페인 ‘반려해변’ 사업, 전국 확대 1년 만에 ‘삐걱’
기업과 기관 등이 자발적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며 해변을 관리하는 반려해변 사업이 전국 규모로 확대된 지 1년 만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예산 삭감 여파로 신규 등록 업무가 중단되고, 매년 열리는 전국대회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15일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보포털에 따르면 기관·기업·단체·학교(개인 제외) 등이 특정 해변을 입양해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해변 입양증명서 발급이 중단된 상태다. 이들의 반려해변 정화활동을 지원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바다가꾸기 플랫폼도 운영이 안 되고 있다. 매년 9월 열리는 반려해변 전국대회 개최 여부도 불분명하다. 대회는 참여 기관과 기업들의 해변 정화활동 사례를 심사·평가해 포상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행사다.
올해 반려해변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해수부는 지난해 사업 운영을 돕는 지역 코디네이터들에게 줘야 할 지원금 등 명목으로 5억원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는 올해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사업 취지에 따라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코디네이터들은 참여 기관·기업의 활동을 돕고 교육·홍보활동을 맡고 있다. 예산 규모는 크진 않지만 사업 운영에 필요한 민간단체의 운영 지원금마저 삭감하면서 사업 전체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계획과도 배치된다. 이번 정부는 해양영토 수호 및 지속 가능한 해양 관리를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그 일환으로 반려해변 사업 참여와 활동을 독려해왔다. 또한 지난해 반려해변 전국대회 당시 조승환 전 장관은 “반려해변 제도는 더 많은 기업, 단체가 해양환경 보전활동에 동참해달라”고도 했다.
반려해변 사업은 기업과 기관 등이 특정 해변을 맡아 자신의 반려동물처럼 가꾸고 돌보는 시민참여형 해변입양 프로그램이다.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돼 미국 전역으로 확대된 사업을 따온 것인데, 우리는 2020년 제주에서 시작했다. 정부는 참여 기관과 기업의 활동을 홍보해주고, 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 성과로 담을 수 있다. 참여 기관·기업이 꾸준히 늘면서 2021년과 2022년 권역별 규모에서 지난해 전국 규모로 확대됐고, 현재 239개 기관·기업·단체·학교 등이 151개 해변을 관리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 신규 입양만 일시 중단된 상태로, 기존 입양기관의 해변 정화 등 활동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반려해변 등록만 해놓고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는 유령기관들이 늘고 있는 문제를 포함한 사업의 전체적인 운영 방안을 새롭게 만들어 연내에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53287?sid=100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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