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정년 강제연장 부작용 커...유연성·안전망 확보 우선"

이창훈 2024. 7. 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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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KDI 공동 토론회 개최
노동시장도 초고령화 진입...AI시대 패러다임 전환中
땜질식 처방은 오히려 청년고용 줄여...구조개혁 제언

[부산=뉴시스] 중구시니어클럽이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관한 ‘2023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수행기관 평가’에서 우수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2023.08.18. (사진=부산 중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초고령사회에 맞서 강제적으로 정년을 늘리는 '땜질처방'이 오히려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인구 전체 숫자는 유지될 수 있지만 미래 동력인 청년고용의 파이를 잡아먹을 우려가 커져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히려 정규직 수요가 부족한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내다봤다.
'초고령사회' 6개월 앞...패러다임 전환시기
KDI와 한국노동연구원은 15일 서울 중구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바람직한 노동 제도 변화 방향의 논의에 나섰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당장 내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웃도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올해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앞질렀고, 생산가능인구는 지속 감소 추이다.

조동철 KDI 원장은 “인구구조와 기술의 급속한 변화에 맞춰 노동시장 구조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노동시장 구조의 경직성은 사회 전반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 역시 개회사를 통해 “인구증가와 고성장 시대에 만들고 발전시켜온 노동관련 제도를 인구 감소와 저성장 시대에 맞춰 손봐야 할 때”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구조개혁 우선..."유연성 늘리되 안전망 갖춰야"
‘초고령사회와 노동시장’ 세션을 맡은 한요셉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 하에서 정년만 강제적으로 연장할 경우 향후 인력난에 대응하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을 내놨다.

기존의 은퇴연령 이후에도 일을 지속하게 해주는 '연장'의 개념으로는 노동시장의 노화를 막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미 우리 노동시장에서는 은퇴연령보다 한참 이전인 50대 남성의 조기퇴직과 30대 후반 여성의 경력 단절 등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정년 이전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구조가 생겨난 상황에서 은퇴 연령만 고치는 것은 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 고령층 부가조사' 기준으로 생애주직장에서 정년퇴직하는 비중은 64세 임금근로경험자 중 남성 26%, 여성 7%에 불과했다.

한 연구위원은 "60세 최소정년 도입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정년연장 대상자의 근로기간 연장 효과는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났다"며 "여성, 임시직, 고령층 일부를 비롯해 청년층 고용의 감소 등의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정년 이전에 빠르게 이탈하는 인력과 높은 임시직 비중을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꼽았다. 정규직 수요를 올려 안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인력 수급이 빠르게 전환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제고해야한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특히 정규직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이고, 비정규직과 차별되는 고용보호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에 적합한 유연하고 안정적인 노동시장으로의 이행을 위한 구조적 변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부원장과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미래 노동의 과제'로 유연성 제고를 꼽았다.

성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된 상태"라며 "법은 최소한만 규정하고, 현장 노사의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 등 다양한 근로조건 관련 사안들이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근로 장소와 시간, 지휘명령에 따른 수동적 근로자상을 전제로 한 전통적 노동법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수용하면서 새롭게 파생되는 사회적 보호 필요성을 세밀하게 포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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