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는 패배가 아니다” 집단휴진 반대했던 의대 교수, 전공의 복귀 호소 

이혜영 기자 2024. 7. 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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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 “5개월 간 중증환자 피해 상상 못 할 지경”
“1500명 증원, 2025년엔 총 의사수 1%…모두 살 수 있는 해결책 찾아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 시사저널 최준필

집단휴진에 반대했던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이 "양보는 패배가 아니다"며 젊은 의사들의 병원 복귀를 재차 호소했다. 홍 회장은 내년도 '의대생 1500명 증원' 부분은 의료계가 일단 양보하고, 정부에 의미 있는 요구사항을 전달한 후 실제 이행과 추진을 감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라고 제언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인 홍 회장은 15일 전공의·의대생 집단 행동과 의대증원 정책 추진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급진적인 의대 증원이 의료비상사태 원인을 제공했지만 중증 환자들을 생각해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조금 양보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양보한다면 국민들 모두 크게 환영하고 큰 빚을 진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현장으로 복귀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 회장은 "(전공의가 양보하지 않으면) 병원에 남은 의사들은 중증 환자들을 위해 모든 노력과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간호사와 임상병리사가 전공의 업무를 최대한 대체하고, 전임의와 교수들이 몇 배 고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외국 의사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2025년 증원된 의대생이 나오는 시기는 10~14년 이후로, 한의사를 제외한 의사수가 15만 명 수준일 때"라며 "2025년 의대 증원분 1500명은 그때 총 의사수의 1%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홍 회장은 지난 2월 이후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중증 환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모두 살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지난 5개월 동안 수많은 중증 환자들의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수술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고 1차 수술 후 2차 수술을 받지 못하고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다른 중소 병원을 찾아서 헤매고 있다"고 절규가 이어지는 현실을 언급했다. 

만일 의료 공백이 계속된다면 최악을 막을 수 있는 환자들까지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도 했다. 홍 회장은 "지금 중증 환자들에게는 전쟁터나 의료 최빈국과 다름이 없다"며 "중증 환자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피할 수 있는 죽음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2025년도 1500명 증원은 양보하되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정부가 올바른 의료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도록 의료계가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3대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안하고 동의를 받아낸다면 의대정원 원점 재검토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정부에 제안할 3대 요구사항은 ▲ 진찰료 순증과 전문의상담료 신설 ▲ 필수의료 수가 인상 ▲ 필수의료 법적 보호 등을 제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인 7월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인쇄물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정부를 향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홍 회장은 "정부는 전공의가 없는 상급종합병원은 미국과 일본에도 없으며 젊은 의사들의 존재와 역할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공의와 의대생의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홍 교수는 의대교수 단체들의 집단휴진에 불참 의사를 밝히며 '의사의 단체 사직과 휴진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보낸 바 있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인 이날 전공의 대부분이 수련병원에 복귀 의사를 표하지 않는 등 의미 있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단체도 이날 전공의의 현장 복귀를 촉구하며 의대교수들에게 전공의 설득을 호소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요구사항을 발표했다"며 "교수단체들이 중재 노력은 하지 않고 전공의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발표해 환자들의 신뢰와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서울대 비대위는 진정성 있는 자세로 전공의 설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전공의들은 5개월이라는 긴 죽음의 터널에 갇혀 있는 환자들을 위해 명분없는 싸움을 즉각 멈추고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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