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1년… 지하차도 대피시설 미설치 320곳

김성아 기자 2024. 7. 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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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근본 해결은 재난 방지 체계 구축해야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안전장치 구축·침수 대비 통제 기준 신설 등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일각에선 대책의 보완과 정기적 점검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사진은 2023년 7월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배수작업과 인명구조 작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소방청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가 폭우로 인한 인근 미호강의 임시제방 유실로 침수돼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지 1년째를 맞았다. 차량과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시민들의 희생이 재난·재해 대응 기관의 부실로 발생한 '인재'임이 드러나며 정부와 지자체가 기후 변화에 따른 각종 재난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도 기록적인 폭우가 예보됨에 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지자체는 안전장치 구축과 침수 대비 통제 기준을 신설하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일시 대책보다 대책의 보완과 정기 점검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서울시, 내비게이션으로 침수 위험 신호 알려


정부는 올여름부터 '도로·지하차도 침수 사고 예방을 위한 내비게이션 고도화' 서비스를 실시했다. 도로·지하차도 침수 예방을 위한 정부와 민간기업의 협력 하에 지난 1일부터 침수 위험이 있는 지점을 통행하는 차는 내비게이션을 통해 경보를 받고 위험을 인지할 수 있게 됐다.

▲티맵모빌리티 ▲네이버 ▲현대차·기아 ▲맵퍼스 ▲아이나비 시스템즈 ▲카카오모빌리티에 해당 서비스가 적용된다. 카카오 내비게이션은 지난 1일부터 도입됐고 네이버 지도는 7월 중순, 아이나비에어는 7월 하순부터 실시한다. 다른 내비게이션도 순차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차량이 홍수 경보 발령 지점 1.5㎞, 댐 방류 지점 1㎞ 이내에 진입하면 내비게이션이 화면과 음성 안내를 통해 '500m 앞 홍수 주의', '하천 수위 상승 주의' 등의 경고를 보낸다. 내비게이션이 별도로 우회도로를 안내하지는 않지만 화면과 음성으로 인근 위험을 인지시켜 주의 운전을 강조한다.

아울러 정부는 공무원과 경찰, 이·통장 등 담당자가 침수 위험 지하차도의 상황을 직접 관리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특히 지하차도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하차도가 15㎝ 이상 침수되거나 배수펌프 미작동, 하천 범람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관리주체가 즉시 지하차도를 통제하도록 했다.


서울시, 침수 우려 지하차도에 감지장치·진입 차단설비·전광표지판 등 설치 완료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도봉지하차도를 방문해 지하차도 관리현황과 풍수해 대비 태세 점검에 나섰다. /사진 제공=서울시
지자체도 호우 대비 점검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인 15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도봉지하차도를 방문했다. 장마철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지하차도 관리 현황과 풍수해 대비 태세 점검에 나섰다. 특히 지하차도 진입 차단설비의 작동 상태와 중랑천변에 위치한 동부간선도로 통제 대책 등을 면밀하게 살폈다.

서울시는 지난 6월까지 서울 시내 지하차도 165개소 가운데 침수 우려가 있는 98개소에 침수 감지장치를 비롯해 진입 차단설비, 진입 금지 전광표지판 설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비상 사다리(79개소), 비상 탈출구(11개소) 등 비상 대피시설도 갖췄다.

아울러 지하차도별로 4명씩 총 660명의 관리 담당자를 지정해 밀착 대응 체계도 구축했다. 관리 담당자는 시설관리기관·자율방재단·경찰로 구성되며 현장 모니터링·차량통제·현장 복구 등의 역할을 한다.

오 시장은 "장마에 혹시라도 있을 침수 사고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며 "시민들께서 협조 사항에 잘 따라주신다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행정력 보완, 대책 시행이 우선돼야


차단시설 설치가 화재에 집중돼 풍수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사진은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소재 지하차도를 방문해 침수 대비 긴급 점검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행정안전부 제공)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시스템 마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행정력의 보완과 위험 요소의 정기 점검이 이루어져야 함을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 흥덕)은 지난 10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국토교통부가 최근 개정한 '도로·터널 방재·환기시설 설치 관리 지침'에 대해 호우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차단시설 설치가 화재 사고에 치중돼 풍수해에 대비하기 위한 규정 개정이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오송 참사 사고지인 궁평2지하차도의 현장 방문 사진을 공개한 결과 ▲태풍·강풍에 견디지 못하는 차단막 ▲부실한 핸드레일 ▲듬성듬성 설치된 구난 사다리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실제 차단막이 바람에 쉽게 흔들리며 구난 사다리 폭이 좁고 미끄러워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대책만 마련하고 시행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하차도 진입 차단시설 설치 대상은 기존 16곳에서 431곳으로 대폭 확대됐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침수 위험이 높은 지하차도 132곳에 진입 차단시설이 구축되지 않았다. 지하차도에 피난·대피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터널과 진·출입로 구간은 320곳에 달한다. 올해 장마가 시작됐음에도 진입 차단시설의 설치가 완료되지 않아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피난·대피시설이 최후의 수단으로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기 관리의 체계를 통해 사고 위험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배수 펌프와 구난 사다리 등 이차 장비를 갖춘 점은 바람직하지만 이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위험 요소를 없애기 위해 선제적이고 규칙적인 점검으로 지하차도 인근의 위험 요소를 파악해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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