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바이든, 사퇴론 줄었지만 선거전략 전면중단 위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한 ‘대선후보 퇴진론’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이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 시도 이후 더욱 궁지에 처한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틀 동안 세 차례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치폭력에 대한 규탄 메시지를 냈지만, 적극적인 국면 전환에 나서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번주 전당대회를 앞둔 공화당이 피습사건을 구심점으로 더욱 강하게 결집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선거전략 자체를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전했다.
●바이든 “지금 가장 중요한건 통합”
바이든 캠프는 이번 암살 시도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연방민권법 60주년을 기념해 텍사스주를 방문하려던 일정을 취소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본거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잡혀있던 유세 일정을 미뤘다. 공화당 전당대회 시작을 앞두고 대표적인 ‘보수 텃밭’들을 노려보려 했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로 모두 물거품이 된 것.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피격사건 당일에 이어 14일에도 백악관에서 오후 1시 30분과 오후 8시에 두 차례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양호한 상태이고 잘 회복되고 있다는 데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경호 과정과 관련해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암살 시도는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통합은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이지만, 지금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민주주의에서 의견 충돌은 불가피하지만, 정치가 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폭력이 아닌 투표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을 의식한 듯 “범인의 동기나 소속을 예단하지 말라”라고도 촉구했다.
●진퇴양난 바이든, 네거티브 전략 중단
원론적인 말로 가득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두 연설은 좁아진 ‘운신의 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라고 공격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도덕적으로 부적합한 후보라고 부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네거티브 공세가 부적절해지면서 민주당은 기존의 선거전략 자체를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바이든 캠프는 기존 TV와 온라인에 게시하던 정치광고도 중단했다.
‘대선후보 암살시도’라는 메가톤급 사건이 여론을 폭발적으로 빨아들이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후보 교체론’은 일단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백악관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퇴진론은) 이제 끝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상을 입고도 지지자들을 향해 “싸워라!”라고 외치면서 강인한 모습을 과시한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노쇠한 이미지를 더욱 부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NBC 인터뷰서 ‘완주의사’ 재차 밝힐듯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미 NBC방송에 출연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 나선다. 언론과 일대일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TV토론 거세진 사퇴론을 일축하러 10일 ABC방송 인터뷰에 나섰다. 22분간의 인터뷰에서 “오직 전능하신 하느님만이 나에게 대선 하차를 명할 수 있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히며 국민 통합 메시지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NBC는 백악관에서 녹화한 인터뷰 영상을 무편집본으로 15일 오후 9시 송출할 예정이다. 미 CNN방송은 인터뷰 분량이 최소 15분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담자는 NBC 메인 뉴스 앵커 레스터 홀트다. 그가 바이든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것은 2022년 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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