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현장] '황정민으로 느끼는 현대 셰익스피어' 연극 맥베스 [리뷰]

박동선 2024. 7. 1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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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맥베스' 중 황정민. (사진=샘컴퍼니 제공)

황정민과 김소진, 송일국 등 명배우들의 묵직한 호흡으로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현대적으로 다시 읽어내는 무대가 최근 시작됐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연극 '맥베스' 첫 공연이 열렸다. '맥베스'는 무대연출의 대가 양정웅 연출과 함께, 리차드 3세, 파우스트 등 고전극의 현대적 해석으로 극찬을 받는 샘컴퍼니가 올리는 여섯 번째 연극이다.

이 연극은 셰익스피어 4대비극 피날레로 불리는 원작의 묵직한 서사감과 함께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송영창, 남윤호 등 무대와 매체를 아우르는 명배우들의 원캐스트 호흡으로 시작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연극 '맥베스' 중 한 장면. (사진=샘컴퍼니 제공)

취재 당일 무대는 '맥베스' 초연으로, 1222석 규모의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과 이들을 몰입시키는 배우들의 완벽한 분위기로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감동을 느끼게 했다.

◇‘욕망파멸 황정민, 무음아우성 송일국’ 비극 맥베스 향한 연기하모니

우선 배우 측면에서의 '맥베스'는 문어체 화법만큼 확고한 고전의 기승전결 구성을 배경으로 불변의 인간적 고뇌와 파멸 등의 변화지점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돋보였다.

황정민(맥베스 역)은 무대와 매체를 가리지 않는 특유의 출중한 표정연기는 물론, 장군 출신답게 절제감 있는 기본 말투에서 왕위계승 문제 속에서 내적인 고민을 억지로 억누르는 듯한 화법, 왕을 시해한 이후 혼돈을 직접 표현하는 듯한 속도감 있는 화법 등 시점마다 다양한 화법으로 문어체 대사를 현실감 있게 소화하는 듯 보였다. 특히 폭군으로 등극한 이후 기분에 취한 듯한 말투와 함께,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말투와 단어표현들을 맛깔나게 표현해내는 모습이 돋보였다.

연극 '맥베스' 중 김소진, 황정민. (사진=샘컴퍼니 제공)

김소진(레이디 맥베스 역)은 욕망에 솔직한 레이디 맥베스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왕의 시해를 부추기는 과정은 물론 이후 왕으로 등극한 맥베스를 향한 다그침까지 단호한 여걸의 느낌을 그대로 느끼게 했다. 또한 마녀들의 잔상과 함께 솔직한 욕망을 포효하는 듯한 초반장면부터, 왕의 시해 직후 무미건조한 말투와 어색한 대응, 이후의 몽유병에 시달리다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까지 당당하게 욕망하는 여걸 그 자체를 묵직하게 표현하는 듯 보였다.

송일국(뱅코우 역)은 매체연기에서 보였던 그다운 묵직하고 꼿꼿한 느낌과 함께, '뱅코우'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왕과 전우인 맥베스에 대한 든든한 신뢰를 표하는 본연의 모습과 함께, 비장한 최후 이후 소리없는 아우성 연기로 흔들리는 맥베스의 내면을 몰입감있게 묘사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연극 '맥베스' 중 송일국. (사진=샘컴퍼니 제공)

이와 함께 송영창(덩컨왕 역), 남윤호(맥더프 역), 홍성원(멜컴 역) 등 각각 캐릭터 특유의 호흡을 맛깔나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 뒤로 임기홍-윤영균-김범진 등 마녀들 캐릭터로 호흡하는 배우 3인방의 열혈호흡이 돋보인다. 비극을 강조하는 파격적이면서도 과감한 연기표현들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듯 보였다.

◇‘레드-그린조명 사이 전면 스크린·화상’ 현실적 고전읽기 느낌

무대 측면에서 '맥베스'는 고전극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연출의도에 맞춘 듯한 다각적인 모습이 돋보였다. 가장 큰 것은 3면 스크린 활용이었다. 덩컨 왕(송영창 분)이 전황을 보고받는 인트로 신에서의 영상통화식 연출법은 물론, 실제 왕이 시해되는 과정에서 전면에서는 던컨의 표정을, 좌우 측면에서는 시해장면을 비추는 모습으로 극적 몰입감을 키웠다.

연극 '맥베스' 한 장면. (사진=샘컴퍼니 제공)

또한 극단적인 위기시점에서의 레드톤 조명, 내적혼란감의 그린조명, 단순한 인물포커스 중심의 원색조명 등 다양한 조명색과 함께 맞물린 스크린의 주요 서사는 내레이션 등의 요소 없이도 사건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는 데 일조했다.

무대장치 역시도 특별했다. 현실적인 느낌의 하수도세트부터 대형 슬라이딩도어, 철제계단, 만찬석 등의 무대 전반의 세트요소는 물론, 소총이나 방탄조끼 등의 오브제들까지 다소 이례적일 수도 있지만, 고전의 현실성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효율적인 이동을 구현해낸 것이 돋보였다.

연극 '맥베스' 한 장면. (사진=샘컴퍼니 제공)

여기에 맥베스(황정민 분)와 레이디 맥베스(김소진 분) 등의 갈등장면에 등장하는 마녀들의 잔상효과나 뱅코우(송일국) 부자, 맥더프(남윤호 분)의 아내와 아들의 비극 신에서 등장하는 이중 형태의 차단막은 서사에 대한 현실적인 몰입감을 키우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요컨대 연극 '맥베스'는 배우와 무대효과 등 전방위 측면으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으로서의 고전미와 충분한 현실감을 고루 전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연극 '맥베스'는 오는 8월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원캐스트 구성으로 상연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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