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간절한 바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또 다시 ‘무관’에 고개숙인 케인[유로2024X이슈]
환호하는 승자 뒤에는, 쓸쓸히 고개를 숙이며 퇴장하는 패자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에게는 이번 패배가 더욱 쓰라릴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는 15일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스페인과 유로 2024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1-2로 패했다. 후반 2분 만에 니코 윌리엄스에게 선제골을 내줬다가 후반 37분 콜 파머의 극적인 동점골로 균형을 맞추고 연장으로 가는 듯 싶었는데, 후반 41분 미켈 오야르사발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고개를 숙였다.
케인에게는 뼈아픈 한 판이었다. 케인은 이날 전반전 내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페인이 공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공세를 퍼부었고, 케인은 공격보다 수비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러다 결국 후반 15분 올리 왓킨스와 교체돼 나머지 경기는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이번 준우승으로, 케인은 또 다시 ‘무관의 제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소리를 또 들어야 했다.
케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이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다. 토트넘(280골)과 잉글랜드 축구대표팀(66골) 최다 득점자이지만, 우승은 좀처럼 하지 못했다.
특히 토트넘 시절에는 세 번이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했음에도 토트넘과 단 한 번의 리그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2018~2019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손흥민과 함께 나섰지만, 리버풀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결국 케인은 지난 여름 토트넘을 떠나 뮌헨으로 전격 이적했다. 이유는 단 하나, 우승을 위해서였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거함’ 뮌헨이라면 어떤 대회든 우승은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뮌헨은 ‘무관’의 치욕을 맛보며 단 하나의 우승 트로피도 가져오지 못했고, 그리게 케인은 다시 한 번 무관의 설움을 맛봐야 했다. 자신은 분데스리가 이적 첫 시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기에 더욱 아쉬웠다.
대표팀에서도 케인은 눈물을 삼키고 있다. 잉글랜드는 유로 2020에 이어 2회 연속 유로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두 대회 모두 출전한 케인이지만, 2연속 준우승의 아쉬움에 잠겼다.
특히 이번 대회 결승전을 앞두고는 토트넘 시절 케인의 단짝이었던 손흥민이 응원까지 했기에 더욱 아쉬웠다. 손흥민은 13일 토트넘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스페인이 지금까지 토너먼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잉글랜드가 우승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해리가 우승해야 하니까”라며 케인의 우승을 염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바람도 결국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케인은 경기 후 “이번 대회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대회였다”며 “가장 높은 자리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지금은 밑바닥으로 다시 떨어졌다. 오늘 우승 트로피를 놓친 것은 오랫동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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