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STX중공업 품고, 시너지 극대화"(종합)

이승주 기자 2024. 7. 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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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지분 35% 취득에도 심사는 그룹전체 대상
"CS, 선박용 엔진 수직결합 등 경쟁제한 우려"
3년 간 공급거절 금지·최소물량 보장 등 조건
HD한조양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할 예정"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정희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 주식취득 건에 대한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2024.07.15. ppkjm@newsis.com

[세종·서울=뉴시스] 이승주 류인선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을 인수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단 이번 기업결합이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향후 3년 간 경쟁사에 ▲최소물량 보장 ▲가격인상 제한 ▲납기지연 금지 등을 실시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15일 공정위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심의한 결과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를 실시하는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기업결합은 선박과 선박용 엔진, 엔진부품 크랭크샤프트(CS) 등 조선업 전반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HD현대그룹이 선박용 엔진 및 CS 사업자인 STX중공업과 그 자회사를 인수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때문에 기업결합은 두 회사 간에 이뤄지지만, 공정위 심사는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에 공정위는 CS와 선박용 엔진 사이 수직결합, 선박용 엔진 간 수평결합, 선박용 엔진과 선박 간 수직결합, CS간 수평결합 등 다양한 결합유형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없는지 집중 검토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검토 결과 CS와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에서 일부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발견됐다"며 "기업결합이 진행된 뒤 이들 기업이 한화엔진이나 STX엔진 등 경쟁사에게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CS를 공급하지 않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향후 3년 간 결합된 기업이 선박용 엔진부품(CS)의 공급거절 금지, 최소물량 보장, 가격인상 제한, 납기 지연 금지 등을 조건을 달았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이 조건은 다시 연장될 수 있다.

앞서 국내 엔진 제조사는 CS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수직계열화를 이루거나, 특정 업체와 전속 거래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2018년 한화엔진(옛 HSD엔진)과 두산에너빌리티의 계열관계가 종료되면서 이 수직계열화된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한화엔진이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CS를 100% 안정적으로 공급받던 구조에서 이중 20%는 KMCS에서 공급받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업결합으로 STX중공업이 HD현대중공업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한화엔진의 엔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그 수요는 100% 경쟁자인 결합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 이에 KMCS가 한화엔진에 CS공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게다가 한화엔진이 다른 곳에서 CS를 조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엔진의 주 공급처인 두산에너빌리티는 공장 가동률이 이미 포화상태다. 게다가 해당 공장에 있는 원자로 등 주요 기기의 수주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CS 생산을 늘릴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정희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 주식취득 건에 대한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2024.07.15. ppkjm@newsis.com

중국산 CS도 대안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중국산은 품질과 운송비, 납기 안정성 등 측면에서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CS를 외부에 판매하지 않는 만큼, 한화엔진 입장에서는 KMCS가 유일한 대체 공급처라는 설명이다.

즉 이번 기업결합으로 한화엔진 등 경쟁 엔진사에 CS 공급을 거절하거나 불리한 가격을 제안하면, 경쟁 엔진사의 엔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기업결합으로 탄생하는 결합회사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더 강화시킬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조선업에 진출했다.

이어 올해 HSD엔진(한화엔진)도 인수하며 선박용 엔진제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HD현대중공업의 유력한 경쟁 사업자로 등장했다. 이런 구조 하에 한화가 미처 수직계열화에 포함하지 못한 CS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면 향후 조선업 시장에서 한화와 HD현대중공업의 공정한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결합심사는 친환경 엔진 등에 투자하며 전세계 엔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기업 목표를 유지하는 동시에 경쟁 엔진사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며 "이처럼 효율성 증대 효과는 유지하며 경쟁제한 우려는 적절히 해소할 수 있게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중간재 시장에서 경쟁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히 검토하고, 기업결합으로 경쟁이 제한된다고 판단되면 시정조치를 부과하겠다"며 "이번 조치로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과 관련 중간재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도 이번 기업결합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높인다는 전략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며 기업결합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기술을 접목해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하고 그룹 내 조선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업 합병 승인을 통해 HD한국조선해양은 대형엔진 생산능력 확대, 주요 부품 국산화를 통한 부품 원가 경쟁력 향상, 해외 영업망 공유 등으로 글로벌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 더욱 영향력 강화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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