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HD현대·STX 결합 `조건부 승인`

타사에 3년간 부품 공급전제
최소물량 보장 등 시정조치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PC선. HD한국조선해양 제공

HD한국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의 기업결합이 조건부 승인됐다.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를 경쟁사인 한화오션 등에 향후 3년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3년간 선박용 엔진 부품의 공급거절 금지, 최소물량 보장, 가격인상 제한, 납기지연 금지 등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공정위에 STX중공업을 인수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중공업과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의 계열사를 통해 선박과 선박용 엔진, 엔진용 부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엔진 제조업에 특화된 회사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인수로 친환경 엔진 투자를 강화하고, 전 세계 엔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이었다.

이번 기업결합에서 쟁점이 된 것은 선박 엔진의 에너지를 프로펠러로 전달하는 부품인 크랭크샤프트였다. 국내 크랭크샤프트 시장은 전량을 자가소비하는 HD현대중공업을 제외하면 두산에너빌리티(60~70%)와 STX중공업 자회사인 KMCS(20~30%)가 양분하는 구조다.

공정위는 HD현대중공업이 KMCS를 품게 되면서, 한화오션과 같은 선박용 엔진 경쟁사에 크랭크샤프트 공급 차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한화오션은 크랭크샤프트의 80%는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나머지 20%는 KMCS에서 공급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생산 라인 포화로 공급량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만약 KMCS가 공급을 끊는다면 한화오션은 엔진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 경우 한화오션에서 소화하지 못한 주문은 고스란히 HD현대중공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정희은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 및 관련 중간재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향후 3년 동안 경쟁 엔진사의 안정적인 크랭크샤프트 수급이 가능하도록 공급거절금지와 최소물량보장, 가격인상제한, 납기지연금지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향후 시장상황을 고려해 시정조치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한편 이번 결합으로 HD현대중공업의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 점유율은 최대 70%에서 최대 80%로 높아졌다. HD한국조선해양 측은 "공정위 결정을 수용한다"며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기술을 접목해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하고 그룹 내 조선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STX중공업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최상현기자 hy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