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에 진심인 승강기 회사…현대엘베 '미래 비전' 산실[르포]
"승강기 넘어 건물 전체로" 사업 밸류업…'미래 먹거리' UAM 정조준
(충주=뉴스1) 최동현 기자 = "충주 쇼룸 [1-1]에서 음성 알림이 감지됐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내 승강기. 탑승한 인원이 돌연 비명을 지르자 화면에 경고문이 떴다. 현장대응팀은 징후가 포착된 시각과 승강기 위치, 탑승 인원을 실시간 확인하고 응급조처에 나선다. 인공지능(AI) 모니터링으로 각종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는 승강기 유지관리 시스템 '미리'(MIRI)의 작동 방식이다.
<뉴스1>이 지난 12일 찾은 현대엘리베이터(017800) 충주 본사는 회사의 미래 비전을 집약한 첨단 기술 구현에 부심 중이었다. 1층 로비에선 세 종류의 자율주행 로봇들이 바쁘게 오가며 임무를 수행하고, 사옥 옆에는 높이 235m의 초고속 테스트타워 겸 연구개발(R&D)센터가 마천루처럼 세워지고 있었다.
◇AI가 범죄·사고 예방하고 로봇이 생산 척척…첨단·자동화 박차
'미리'는 이미 상용화한 기술이다. 승강기 내 설치된 AI 카메라가 탑승자의 비명이나 이상 동작을 감지하면 24시간 운영되는 고객케어센터에 현장 영상과 위치 등 상세 정보를 보내 즉각적인 조처를 하는 서비스다. 실시간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종 범죄와 사고의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하다.
엘리베이터에 AI 카메라가 들어온 배경은 2022년 국민적 공분을 샀던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승강기가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공간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미리 수요가 급증했다. 미리는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판매량 3만 3000대를 돌파, 올해 연말까지 4만 5000대를 달성할 전망이다.
충주 '스마트팩토리'에선 자동화 공정 고도화가 한창이다. 무인운송지게차(LGF)가 자재를 운반하면 주황색 로봇팔이 강판을 척척 들어 올려 벤딩부터 보강재 접착, 판금까지 수행한다. 불과 3분 남짓 만에 승강기 문(도어)의 1차 완성품이 만들어졌다. 현재 판금동(1공장) 자동화율은 95%, 1·2·3공장 합산 자동화율은 74%에 달한다.
핵심 기술인 '컨트롤패널(CP) 제어반'과 '권상기'(TM)의 조립 공정은 여전히 숙련공의 손길을 거친다. 특히 승강기의 성능과 속도를 결정하는 권상기 기술은 독보적이다. 2009년 국내 최초 분속 600m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를 시작으로 세계 최초로 분속 1080m(2010년), 1260m(2020) 승강기를 잇달아 개발한 곳도 현대엘리베이터다.
고객 입맛에 맞춘 'DIY 엘리베이터' 제작 서비스도 특징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 버튼부터 조명, 바닥재, 손잡이 등 주요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회사 관계자는 "백화점처럼 고객이 직접 부품을 골라 가상현실(VR) 키오스크로 결과물을 미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귀띔했다.
◇'로봇배송'부터 'UAM'까지…승강기 밖으로 나온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와 에스컬레이터에 국한된 영역을 '건물 공간'로 확장하는 미래 사업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승강기와 자율주행로봇을 연계해 손님을 안내하거나 물건을 배달하는 'AI 라스트마일 플랫폼' 사업이 출발점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2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 뉴빌리티와 사업협력의향서(LOI)를 맺고 '승강기-로봇 간 연동 및 수직이동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지난달 자체 시연과 실증 테스트를 거쳐 고도화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연동 관련 출원 및 등록 특허도 10여 개를 보유 중이다.
자율주행로봇 '뉴비'에게 메신저로 커피 배달을 주문하면 1층 로비에 대기하던 뉴비의 눈에 불빛이 켜진다. 뉴비는 주문을 확인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 지정된 카페로 향한다. 몸체에 달린 10여 개 카메라가 360도로 주변 환경을 살피고, 횡단보도도 능숙하게 건넌다. 임무를 마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 앞에 도착한 뉴비의 보랭백을 열자 커피 4잔이 안전하게 들어있었다.
로봇배송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더 마노메트 큐렌트는 글로벌 배송로봇 시장 규모가 2027년까지 연평균 34%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럭스리서치는 2030년 글로벌 자율주행 로봇 시장 규모가 221억 달러(약 29조 8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궁극적으로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UAM 이착륙시설인 수직 격납형 버티포트 'H-PORT'가 대표적이다. 탑승객이 드론이나 차량을 타고 건물에 도착하면 주차 로봇이 자동으로 격납고에 수납, 충전하는 기술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나아가 자체 AI 기술을 적용해 탑승객이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에 안면을 인식해 신원을 파악하고, 건물 벽면이나 승강기 내부 등 건물 곳곳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미래형 도시 솔루션'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H-PORT 국책과제를 성공리에 수행하면 미래형 도시 관련 초대형 사업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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