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STX중공업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3년간 공급거절 금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선박용 엔진 시장 1위·3위 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과 STX중공업 간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3년간 결합회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경쟁사의 공급요청을 거절할 수 없게 된다. 두 회사의 결합이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공정위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STX 지분 35%를 81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위는 엔진부품(CS) 및 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의 경쟁제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결합회사가 한화엔진·STX엔진 등 경쟁사에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를 공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크랭크샤프트는 국내에서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 HD현대중공업, STX중공업의 자회사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KMCS), 두산에너빌리티 3개 회사가 생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KMCS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70~90%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은 크랭크샤프트를 외부에 판매하지 않고 있어, 선박업체는 KMCS나 두산에너빌리티를 통해 크랭크샤프트를 사야 한다.
공정위는 KMCS가 타 엔진 제조업체에 대한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공급 거절 시 판매량 감소로 손실이 발생하지만, 경쟁사의 엔진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모회사인 결합회사의 엔진 판매량이 증가하게 돼 경제적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엔진 업계 2위 사업자인 한화 엔진은 현재 크랭크샤프트를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80%, STX중공업 자회사인 KMCS로부터 20% 공급받고 있다. 업계 4위인 STX엔진은 KMCS로부터 크랭크샤프트를 100% 조달받는다.
KMCS가 공급을 거절하면 대체 회사를 찾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공장가동률이 포화상태로 크랭크샤프트 생산 증대 여력이 없고, 중국산 제품은 품질·운송비·납기 안정성 등 측면에서 대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KMCS가 크랭크샤프트의 공급가격을 높이거나 제품을 지연납품해도 경쟁사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는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3년간 KMCS의 생산범위 내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크랭크샤프트의 계약체결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또 지난해 계약 체결한 수준의 공급 물량(KMCS 전체 생산능력의 15% 수준)을 보장하고, 가격을 금속가공제품 생산자물가지수 인상률 이상으로 높일 수 없도록 했다. 이번 조치로 한화 등 경쟁사는 약 2028년까지 크랭크샤프트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KMCS 분리 매각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에 대해서는 KMCS 인수 가능성이 낮다는 점, 일정 기간의 시정 조치만으로 경쟁제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희은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글로벌 엔진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결합 취지를 살리되 경쟁 엔진사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시정조치 기간 연장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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