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났는데…음주 측정 안 하고 운전자 병원 보낸 경찰들

유영규 기자 2024. 7. 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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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음주운전 뺑소니로 물의를 빚은 유명 트로트 가수 김호중(33) 씨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사고 조사를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사망사고가 났는데도 '채혈하겠다'는 가해 차량 운전자의 말만 믿고서 홀로 병원으로 보내 당시 음주 정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5일)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45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사거리에서 50대 운전자 A 씨가 자신의 포르쉐 차량을 몰다가 스파크 차량과 충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스파크 차량 운전자 B(19) 씨가 숨지고, 옆에 탄 그의 친구가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피해자들은 인근에서 운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당시 포르쉐 차량은 시속 50㎞로 속도가 제한된 도로에서 시속 159㎞로 직진하다가 좌회전하려던 스파크 차량을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들이받았습니다.

사고 이후 출동한 경찰은 A 씨가 병원에서 채혈하겠다고 하자 인적 사항과 연락처 정도만 물어보고는 119구급차에 태워 보냈습니다.

이때 현장에 있던 경찰관 누구도 A 씨를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A 씨는 자신이 혼자인 사실을 확인하고는 곧장 퇴원 수속을 밟은 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마셨습니다.

이후 자신을 데리러 온 직장 동료와 함께 집 근처 편의점에 한 번 더 들른 다음 맥주 한 캔을 더 들이켰습니다.

사고 당시 A 씨의 음주 정도를 객관적으로 알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린 셈입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한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집 앞으로 가겠다"면서 A 씨를 불러 내 음주 수치를 측정했습니다.

이때는 사고 난 지 2시간이 훌쩍 지난 오전 3시 3분쯤이었습니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084%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사고 당시의 것이 아닌 데다가 이미 A 씨가 추가로 술을 마신 상태여서 타당하고 보편적인 혐의 입증 증거로는 쓸 수 없었습니다.

A 씨 또한 "저녁에 지인과 맥주(500㎖) 3캔을 마셨다. 퇴원하고 또 술을 마셨는데 그게 반영된 것 같다"면서 수치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부랴부랴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 등을 토대로 음주 수치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해 A 씨의 사고 당시 음주 수치를 0.051%로 다시 계산했습니다.

이 또한 A 씨의 일방적 진술과 맥주를 구입한 편의점 영수증 등 정황 증거를 토대로 산출한 것이어서 단순한 추측 값에 불과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정에 기반해 계산한 결괏값을 그대로 공소사실에 반영하는 게 어렵다고 보고 A 씨의 사고 당시의 음주 수치를 0.036%로 재조정했습니다.

검찰은 A 씨가 사고 이후 수 시간이 지나서야 음주 측정을 했고,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술을 마셨기 때문에 경찰의 역추산 방식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단계에서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증거만 공소사실 입증 자료로 쓸 수 있다"며 "경찰이 송치한 수사 결과를 봤는데 가장 보수적으로 음주 수치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에둘러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결국 경찰의 부실한 초동대처 탓에 소중한 10대의 생명을 앗아간 A 씨는 앞으로 최소한의 음주 수치를 적용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전주덕진경찰서 관계자는 "경찰관이 가해 차량 운전자와 병원에 동행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전북경찰청은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 직원 등 경찰관 5명을 상대로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112 지령을 담당했던 직원 등을 참고인 성격으로 이미 조사했다"며 "조만간 출동한 경찰관들을 불러 현장에서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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