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혼종에서...하이브리드차, 판 흔드는 차종으로

전슬기 기자 2024. 7. 1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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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쓸모있는 경제 정보
상반기 국내 신차 판매 ‘5대 중 1대’
전기차 단점 상쇄·높은 연비 등 매력
‘풀·마일드·플러그인’ 선택지도 다양
하이브리드차. 현대자동차 제공

‘내연기관차 VS 하이브리드차 VS 전기차’

올 상반기 국내 신차 가운데 하이브리드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전기차의 인기가 비싼 가격, 충전 불편 등으로 주춤해지자 하이브리드차가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차 시대로의 빠른 전환 속에서 전기차에 견줘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기차의 단점이 부각되기 시작하자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차의 ‘혼종’ 특징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내연기관차보다는 연비가 좋고, 전기차보다는 가격이 싸고 충전 불편이 덜하다. 전기차의 단점을 해소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 하이브리드차 시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리드차는 구동 방식에 따라 3가지 종류가 있으며, 출·퇴근길에 급가속 구간이 많은지 등 운행 상황에 따라 연비도 달라질 수 있다. 평소 주행 여건을 확인한 뒤 자신에게 맞는 차량을 고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세’ 하이브리드

14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하이브리드차(상용차 제외) 신차 등록 대수는 18만790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24.3% 증가했다. 전체 신차 가운데 하이브리드 비중은 22.9%다. 이 비중이 20%를 넘은 건 반기 기준으로 올 상반기가 처음이다. 상반기 국내 판매량 1∼5위 모델도 모두 하이브리드형을 선택할 수 있는 차였다. 기아 쏘렌토, 기아 카니발, 현대자동차 싼타페, 기아 스포티지, 현대차 그랜저 등이다.

국외에서도 하이브리드차는 인기다. 지난해 주요 14개국(미국, 유럽, 중국 등)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증가율(전년 대비)은 30%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증가율(28%)을 웃돌았다. 2019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부터 정체기에 들어간 반면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커지는 모습이다.

내연기관보다 25∼39% 연료 절감?

하이브리드차는 가격 수준도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중간 단계에 위치한다. 하이브리드차는 구매 보조금이 2021년 폐지됐지만 친환경차 세금 감면 혜택은 받을 수 있다. 가령 기아 쏘렌토의 경우 내연기관차 기본 가격은 3506만원(2.5리터 가솔린 터보·프레스티지 기준)인데, 하이브리드차는 가장 기본형이 3786만원(1.6리터 터보·하이브리드, 프레스티지 기준)이다. 그 대신 비슷한 체격의 중형 에스유브이(SUV) 전기차(4천만원 중후반대 이상)에 견줘서는 가격이 낮다.

하이브리드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다소 비싸도 잘 팔리는 건 연비(자동차 연료당 주행 거리 비율) 때문이다. 전기모터가 엔진을 보조해 연료가 덜 든다. 기본 구동 방식은 출발과 저속 주행 땐 전기모터만 작동되며, 가속 땐 전기모터와 엔진이 동시에 움직인다. 정속 주행 땐 엔진 또는 모터가 가동되며, 감속 땐 엔진이 정지되면서 회생제동시스템을 통해 전기모터가 제동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2017년 한국자동차공학회논문집을 보면,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 연구팀은 하이브리드차를 1년 동안 운행할 때 연료 절감 효과가 내연기관차 대비 25∼39%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연비는 운전자의 운행 습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하이브리드차는 엔진을 적게 쓰고 전기모터로 많은 거리를 달릴수록 연비가 높아진다. 즉 급출발 또는 급가속을 많이 하게 되면 기름을 사용하는 엔진 작동이 늘면서 연비가 떨어지게 된다. 5년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쓰고 있는 김아무개(44)씨는 “일반 휘발유 차량에 견줘 차량가격이 다소 비싸긴 하나 정숙성이나 주차장 할인 등 각종 혜택은 만족하는 편이다”라면서도 “1년에 1만킬로 남짓 타고 있어서 장거리 출퇴근 이용자가 아니면 아주 경제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했다.

풀 vs 마일드 vs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세부적으로도 종류가 나뉜다. 가장 대중적인 방식이 풀 하이브리드(HEV)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출발, 가속, 감속 때 적절하게 역할을 나눠 움직이는 기본 구동 방식을 갖추고 있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차나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차 등 대표적인 모델들이 모두 풀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방식은 풀 하이브리드보다 전기모터의 역할이 적다. 엔진이 주요 역할을 하며, 전기모터의 힘만으로는 주행이 불가능하다. 전기모터는 엔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보조 역할만 한다. 내연기관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차인 까닭에 친환경차 세금 감면 혜택도 없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은 주로 수입차에서 볼 수 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배출가스 규제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구조가 단순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을 많이 도입해서다. 국산차 중에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이 존재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방식은 전기차와 가장 비슷하다. 풀 하이브리드보다 용량이 큰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모터만으로 평균 40∼60킬로미터(km)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차와 동일하게 배터리도 외부 전원으로 충전한다. 이 차는 주행 때 배터리의 전기를 먼저 사용한 뒤 내연기관 엔진을 구동시킨다. 이 때문에 거주지에 전기차 충전기가 있으며, 가까운 거리 운행이 잦은 소비자에게 적합한 차로 꼽힌다. 이 방식도 주로 수입차에 많이 적용돼 있다. 현대차·기아도 과거 국내서 관련 모델을 내놨지만, 현재는 국외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문학훈 오산대 교수(미래전기자동차학과)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는 과도기 속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연결점이 될 것”이라며 “하이브리드차의 강점은 연비다. 엔진 가동이 많아질수록 연비가 떨어질 수 있는데, 평소 주행 조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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