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격 이후 삼엄해진 경비…“미국에 슬픈 날” “트럼프와 함께 싸울 것”[현장]

김유진 기자 2024. 7. 1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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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 전당대회 D-1 밀워키 르포
미국 대선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전당대회장 파이서브 포럼 내부에 대형 무대와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밀워키 | 김유진 특파원

미국 대선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 하루 전날인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 일대. 당의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전당대회는 4년마다 돌아오는 미국 최대의 ‘정치 파티’이다. 하지만 전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도중 피습 사건 이후 경비가 한층 강화되면서 축제를 앞둔 들뜬 분위기 대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당대회장 인근 주요 도로마다 철제 펜스와 차단벽이 들어섰고, 무장 경찰을 포함한 경비 병력이 삼엄한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밀워키의 명물 맥주를 파는 선술집과 식당 주변에서도 경찰관들이 수시로 순찰을 벌였다.

세 종류의 출입증을 제시하고 공항 수준의 보안검색을 통과해 대회장에 들어서니 막판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미국프로농구(NBA) 2020-2021시즌 챔피언 밀워키 벅스의 홈경기장이 공화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와 유력 정치인들의 연설이 이어질 화려한 무대로 탈바꿈해 있었다. 1만7000명 수용 가능한 대회장에는 미 50개주 및 미국령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착석할 자리가 마련됐다. 사전 답사차 행사장을 찾아 주의사항을 숙지하는 대의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밀워키에서 만난 시민들은 전당대회에 대한 기대감보다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초유의 총격 테러가 안긴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끔찍한 일”이라며 침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구동성으로 “신이 트럼프를 지켜줬다”고 말했다. ‘신의 개입’이 더 큰 참사를 막았다는 공화당 정치인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말을 외우기라도 하듯 반복했다. 이날 밀워키 시내의 한 공원에서는 친트럼프 단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무당층이나 민주당 성향 지지자들도 “미국에 슬픈 날”이라며 양극화된 정치를 비판했다. 밀워키 번화가인 올드월드3번가의 식당 앞에서 만난 시카고 교외 거주자 댄(51)은 전날 총격이 “미국과 공화국에 대한 공격”이었다고 했고 헤더(48)도 “어느 정치 스펙트럼에 속해 있든 대선 후보이자 한 명의 사람이 총격을 당한 일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번 사건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예감하게 하는 강력한 신호로 여기고 있었다. 플로리다주 출신 공화당 대의원인 크리스티나와 대닐로 브리토 부부는 “트럼프가 압승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투표하러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총격 직후 단상 아래 대피했던 그가 퇴장 과정에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며 “싸워라”라고 외친 모습은 지지층을 더욱 강하게 결속하고 있었다. 크리스티나는 “우리의 권리와 자유, 미국을 위해 함께 싸우자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습이 대선 본선 승리의 열쇠를 쥔 무당층의 지지까지 끌어안는 계기가 될지는 미지수이다. 공화당 성향의 무당층 헤더는 “동정심을 불러일으킬지는 몰라도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그를 좋아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흑인 여성 칼리도 “트럼프가 강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범죄 (기소) 등을 보면 실제로 그를 뽑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들은 “트럼프 총격에 상관없이 바이든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돌아오면 파시스트처럼 통치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이 더욱 극에 달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범죄 혐의 기소를 ‘정치 공작’이라고 믿는 지지자들은 총격 테러가 “결국 바이든의 책임”이라는 인식마저 드러냈다. 대닐로는 “바이든과 민주당이 트럼프에 대해 사용한 표현이나 행동, 거짓말이 이런 사건(총격)이 일어나도록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대선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전당대회장 파이서브 포럼에 들어가기 위해 취재진들과 대의원들이 줄을 서서 이동하고 있다. 밀워키 | 김유진 특파원

암살 시도에도 건재함을 과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장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정대로 밀워키로 이동하면서 “총격범이나 암살 용의자가 일정표나 다른 어떤 것을 강제로 바꾸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령과 인지력 저하 논란으로 민주당 내에서조차 사퇴 요구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비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피격 이후 보수성향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연설문을 새로 썼다고 말했다. 기존 연설문에선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으나, 피격 이후 대선 경쟁에서 우위를 잡았다는 계산하에 연설문의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위기를 극적으로 모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지지층 결집과 통합 가운데 어디에 더 무게를 실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 잠행하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암살을 시도한 범인을 “괴물”이라고 지칭하며 “좌우를 떠나 단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두 차례 연설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정치 상황은 과열돼 있으며 이제는 식혀야 할 때”라며 “통합은 가장 달성하기 힘든 목표이지만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전당대회장 파이서브 포럼 안에서 일리노이주 대의원들이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밀워키 | 김유진 특파원

밀워키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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