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엔진' STX중공업 품었다…HD한국조선해양 밸류체인 고도화

공정위, 엔진 부품 공급거절 등 '조건부 승인'
기존 대형 선박 엔진에 포트 추가…中 대비 경쟁력 키워

HD한국조선해양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HD한국조선해양 제공)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HD현대(267250)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009540)이 선박 엔진 생산 기업인 STX중공업(071970)을 인수 발표 1년 만에 품게 됐다. 선박 핵심 부품인 엔진 규격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글로벌 선박엔진 시장 점유율 1위를 공고히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선박용 엔진은 선박 원가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이다. 세계 시장은 사실상 국내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1위 HD한국조선해양을 선두로 한화그룹의 한화엔진과 STX중공업이 뒤를 잇고 있다. 이번 결합으로 HD한국조선해양의 점유율을 50%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의 기업 결합 결정은 인수 발표 1년 만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STX중공업 지분 35%를 813억 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보유한 대형 선박용 엔진뿐 아니라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엔진을 더해 밸류체인을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다양한 규격의 엔진 기술을 보유한다면 고객 수요 대응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미 HD한국조선해양의 선박 엔진 공장은 글로벌 수요 확대로 포화상태다. HD현대중공업의 엔진기계 부문의 지난해 생산 가동률은 129.2%다. 올해 1분기엔 142.9%까지 치솟았다.

특히 선박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CS)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인수 배경으로 꼽힌다. 크랭크샤프트란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으로 엔진 내 피스톤의 상하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시켜 프로펠러를 동작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STX중공업의 자회사인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가 크랭크샤프트를 생산하고 있다.

공정위도 이번 심사 과정에서 크랭크샤프트에 주목했다. 기업 결합 이후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가 기존 고객사인 한화엔진의 공급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3년 동안공급거절금지, 최소물량보장, 가격인상제한, 납기지연금지 등의 조건을 걸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산 엔진의 경쟁력도 점점 강화하고 있다"며 "엔진 부품에서 선박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갖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