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 갇혔어요!"…팬들의 다급한 경호팀 호출, 퇴근길에 대체 무슨 일이

김민경 기자 2024. 7. 1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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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시라카와 케이쇼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시라카와가 갇혔어요. 경호팀 와주세요."

14일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끝난 잠실야구장. 홈팀 두산 선수들이 하나둘 개인 정비를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이었다. 경기장 중앙출입구에서 종합운동장역으로 향하는 길목에 두산과 삼성 유니폼을 가리지 않고 30여 명 팬들이 모여 있었다. 꽤 많이 모인 인파에 상황을 주시하던 경호팀 직원들에게 한 팬이 "시라카와가 갇혔다"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현장을 보니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팬들이 한꺼번에 몰려 두산 대체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를 빙 둘러싼 상태였다.

두산 선수들은 대부분 경기를 마치고 퇴근할 때 주차장 근처에서 기다리는 팬들에게 시간이 허락하는 한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친절히 하는 편이다. 팬들이 주차장 안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고, 선수들은 바리케이드 안에서 팬들은 밖에 서서 안전거리가 유지된 상태로 팬 서비스를 한다.

그런데 시라카와는 주차장 밖으로 걸어 나가다 팬들과 분리가 되지 않는 공간에 노출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시라카와는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데, 경호팀과 두산 관계자들은 시라카와가 퇴근도 못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외국인 선수들은 보통 타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지하철과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편이다. 두산과 같이 잠실야구장ㅈ을 홈으로 쓰는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와 오스틴 딘 등도 대중교통으로 퇴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시라카와처럼 팬들에게 둘러싸여 퇴근길이 막힌 선수는 없었다. 시라카와의 인기가 매우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자꾸 팬들이 늘어나면서 서로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고, 급기야 한 팬이 "시라카와가 갇혔다"고 경호팀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연락을 받은 두산 관계자들이 급히 시라카와를 구출(?)하기 위해 뛰어갔는데, 시라카와는 그 와중에도 팬들과 사인을 찍어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관계자들은 팬들이 지하철역 안까지 너무 몰리면 택시를 이용하게 하려 했는데, 시라카와는 다행히 안전하게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두산 관계자는 지하철역 안까지 시라카와를 에스코트한 뒤 "이런 적이 처음이라 우리도 당황스럽다. 헨리 라모스나 브랜든 와델 등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데, 이런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며 다음 홈경기부터는 시라카와가 조금 더 안전히 귀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했다.

▲ 두산 베어스 시라카와 케이쇼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시라카와 케이쇼 ⓒ 두산 베어스

시라카와는 지난 5월 24일 SSG 랜더스와 KBO리그 역대 1호 대체 외국인 계약자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 독립리그 에이스 출신인 시라카와는 한국에서 짧은 기간이라도 프로 무대를 경험한 뒤 일본프로야구(NPB) 드래프트에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선수였다. SSG와 계약 금액은 180만에(약 1500만원)이었다. 시라카와는 SSG 소속으로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2패, 23이닝,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시속 150㎞대 직구와 포크볼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큰 무대를 처음 경험하는 20살 초반 어린 선수의 활약에 팬들이 뜨겁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순박한 미소에 팬들은 '감자'라는 별명까지 붙이기 시작했다.

두산은 브랜든이 왼어깨 견갑하근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면서 시라카와를 주목했다. 시라카와와 SSG의 6주 계약이 끝날 무렵이었다. 두산은 비자 발급 등 행정적 처리에 시간이 들지 않고, KBO리그 경험도 있으면서 바로 실전 투입이 가능한 시라카와를 대체 외국인으로 높이 평가했다. SSG에서 활약을 인정해 400만엔(약 3400만원)으로 몸값을 올려주면서 SSG에 웨이버 이적료 300만원까지 지급했다.

시라카와는 서울 구단인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팬층이 더더욱 두꺼워졌다. 구단TV 영상에 시라카와가 노출되면 조회수 10만은 우습게 넘길 정도다. 그러다 이날 퇴근길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시라카와가 두산에서 호투를 이어 간다면 지금보다 더한 인기를 끌 전망이다. 그는 지난 13일 잠실 삼성전에 두산 소속으로 처음 선발 등판해 3⅔이닝 3피안타 6볼넷 3탈삼진 4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2만3750석 규모를 자랑하는 잠실야구장 만원 관중 앞에서 등판해서인지 긴장한 탓에 자기 기량을 다 보여주진 못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2주 만에 실전 등판을 했다. 잠실 마운드는 처음 써봐서 조금 흔들렸다고 하더라. 던지면서 적응이 된다고 하니 크게 걱정할 건 아닌 것 같다. 첫 등판이고 호흡도 처음 맞춰보다 보니까 생소햇을 것이다. 어린 선수이기에 빨리 적응할 것이라 생각한다. 구위는 크게 문제없었고, 원래는 제구력이 좋은 선수인데 어제(13일)는 볼넷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조금 긴장한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겠다"며 2번째 등판에서는 긴장감을 털어내고 자기 공을 씩씩하게 던지길 기대했다.

▲ 두산 베어스 시라카와 케이쇼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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