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키썬라, 한국 환자에겐 그림의 떡?

허지윤 기자 2024. 7. 1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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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식약처, 키썬라 임상시험서 한국인 빠져 논의 중
“치매 신약 쓰려면 PET 검사 급여화 해결돼야”
미국 일라이 릴리가 내놓은 '도나네맙(키썬라·왼쪽)'과, 미국 바이오젠·일본 에자이가 내놓은 '레켐비(오른쪽)'./일라이 릴리, 에자이

새로운 치매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안겼지만, 국내 도입 시기는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약 임상시험에 한국인이 참여하지 않아 국내 허가가 힘들 뿐더러, 약을 처방하는 전제 조건인 검사가 워낙 고가여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면 아무나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일(현지 시각)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인 ‘키썬라(성분명 도나네맙)’를 정식 승인했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아두헬름(2021년), 레켐비(2023년)에 이은 세 번째로 FDA가 승인한 알츠하이머병 신약이다.

레켐비와 키썬라 모두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에서 뭉쳐지는 것을 막는 치료제이다.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서 신경세포에 손상을 준다. 특히 키썬라는 레켐비에 비해 인지능력 저하를 늦추는 효능이 더 뛰어나 치매 치료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키썬라의 국내 도입 시기는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일라이 릴리와 키썬라의 임상시험에 한국인이 참가하지 않았다는 걸림돌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식약처 허가 규정상 한국인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돼야 국내 출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일라이 릴리는 미 FDA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과 별도로 지난해 12월 키썬라의 한국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했다. 한국인 임상시험은 2027년 4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키썬라 한국 출시는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일라이 릴리의 한국 지사인 한국릴리는 “현재까지 키썬라의 국내 출시 일정은 미정”이라며 “허가를 조금이라도 더 당길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신약에 대한 국내 허가 시점은 품목이나 질환에 따라 다르다. 앞서 나온 레켐비는 작년 7월 FDA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해 5월 24일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레켐비는 국내 환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가 있었다. 한국에자이 측은 “올해 말 레켐비가 국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뇌를 PET로 찍어 비교한 사진. 조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비정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많이 쌓인 데다 분포도 광범위한 것이 확인됐다./강남세브란스, Alzheimer's & Dementia

식약처 허가를 받아도 비용이라는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식약처가 품목 허가를 해주더라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안 되면 높은 약값으로 인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기준 키썬라의 6개월 치료 비용은 1만 2522달러(약 1727만원), 12개월 3만 2000달러(약 4415만원), 18개월 치료 비용은 4만 8696달러(약 6718만원)다. 키썬라는 정맥 주사제로, 4주에 한 번 맞는다. 앞선 임상시험에서 환자 중 47%가 첫 투약 후 12개월 차에 치료를 마쳤다. 치료를 받으려면 5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 검사 제도도 신약 접근을 어렵게 하는 벽으로 지목된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은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없는 초기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양전자방출단층촬용(PET) 검사로 해당 단백질이 있는지, 얼마나 쌓였는지 보고 치료제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하며 치매 관리 종합계획을 통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급여화 했으나, 여기에 PET 검사는 빠져 있다.

의료계는 MRI보다 아밀로이드 PET 검사가 진단 정확도가 더 높아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사용 여부와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더 유용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PET 촬영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라 검사 비용이 병원마다 달라 120만~160만원대이다. 이 정도면 치매 증상이 없을 때 정기적으로 검사하기엔 부담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이 효과를 내려면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관건인데, 그 비용이 비싸고 제도 환경에도 걸림돌이 있다”며 “국내 많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레켐비와 키썬라를 쓰려면, PET 검사 급여화가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22년까지는 급여화 논의가 이뤄졌으나 이후 진행은 더딘 상황”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치매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2050년엔 3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기준 치매 유형별 환자 비중은 알츠하이머 치매(76.04%), 혈관성 치매(8.57%), 기타 치매(15.37%)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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