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런 곳이?"…신격호 손녀 따라간 학생들 놀랐다 [현장+]

김세린 2024. 7. 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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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 대상 일본역사탐방
롯데장학재단·광복회 손잡아…학생 43명 참여
한국역사학과 교수·한국사 박사 전문 해설 진행
장혜선 이사장 "숭고한 헌신·희생 기리기 위한 것"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들이 일본 역사 탐방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장학재단 제공


“일본에 여행하려고만 왔다면 절대 이곳에 올 일은 없었을 것 같아요.”

체감온도 30도가 훌쩍 넘었던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 해외역사탐방’에 참여한 대학생 40여명은 정신없이 일본 도쿄와 오사카 곳곳을 누볐다. 땡볕에 걸어야 하는가 하면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불평불만 하는 학생 하나 없었다.

오히려 이들은 감사함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생은 “선조들이 땡볕과 추위를 이겨내며 조국을 생각했던 마음이 감히 어떨지 헤아릴 수 없다. 마음이 뭉클하다”고 했다.

체감온도 30도가 훌쩍 넘었던 무더운 날씨에도 역사 탐방 일정에 적극적으로 임한 학생들. 사진=롯데장학재단 제공


롯데장학재단이 주최하고 광복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8·15 광복 제79주년 맞아 일본 도쿄와 도야마, 교토, 오사카 내에 마련된 한국 독립운동 발생지를 3박4일간 탐방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 43명을 비롯해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이승훈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김능진 광복회 부회장과 윤봉길 의사 손녀인 윤주경 전 국회의원 등 관계자 10명이 참석했다. 독립운동사를 주로 가르치는 황선익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교수, 김대용 한국사 박사도 전 일정에 동행했다.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생동감 있는 현장학습 경험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많은 한국인이 모여 독립 만세운동을 펼쳤던 2·8 독립운동 만세운동지 ▲독립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2·8 독립선언 기념비 ▲관동 일대에서 학살된 6000여명의 한국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관동대지진 조선인 순직자 추모비 ▲윤봉길 의사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윤봉길 의사 암장 지적비 ▲한국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한 일본인 변호사 후세 다쓰지 묘 등을 탐방했다.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장학생들을 비롯한 김능진 광복회 부회장,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도쿄에 위치한 2·8 독립운동 만세운동지인 치요다구 히비야 공원을 찾은 장학생들이 전문가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일본에서의 여정 시작이었던 지난 9일 도쿄에 마련된 2·8 독립운동 만세운동지인 치요다구 히비야 공원 등을 둘러봤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장학생들은 중간중간 진행된 퀴즈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둘째 날이었던 지난 10일에는 관동대지진 기념비와 이봉창 순국지, 후세 다쓰지 묘 등을 둘러봤다. 이날은 일본 시민사회 단체 ‘봉선화’에 속한 현지인 등이 설명을 도왔다.

지난 11일 찾은 윤봉길 의사 기념비 앞에서는 헌화 시간을 가졌다.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한 이들의 후손자 학생 4명을 비롯해 장혜선 이사장, 윤주경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여했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 전 의원은 “이번 탐방이 윤봉길 의사만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모두를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광복이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희망을 놓지 않은 게 우리의 할머니이자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던 지난 11일 학생들의 조별 발표회에 참석한 장혜선, 이승훈 이사장과 관계자들. 사진=롯데장학재단 제공


이날 밤에는 학생들이 탐방을 통해 느낀 점을 영상과 사진을 통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고 귀국을 앞둔 12일에는 우토로 평화기념관, 윤봉길 의사 구금소 터 등을 둘러보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취재진과 여정을 함께한 학생들은 역사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한 차례 더 참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재환 임시정부 운동 유공자의 후손인 김희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학생(22·남)은 “외증조할아버지는 김구 선생이 상해를 올라갈 때 자금을 모으는 걸 돕는 역할을 하셨다. 독립운동 과정을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고 나니 인상 깊었다”며 “국내에 많은 또래 친구들은 일본을 관광 여행 목적으로 많이 가는데, 이번에 우리가 간 곳은 가볼 기회가 많이 없던 곳이었다. 친구들이 여행하며 이런 공간을 찾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1운동을 전개한 임태일 유공자의 후손인 김소연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학생(22·여)은 “처음에는 일본에서 과연 독립투사의 역사를 얼마나 알아갈 수 있을까 싶었다”면서 “일본 내에서 봉선화라는 단체를 조직하는 등 꾸준히 추모 활동을 하는 걸 보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 진상 규명을 명확하게 하고 협조적 관계로 나아가는 게 의미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봉창 의사 순국지. 사형장 터로 추정되는 놀이터 한쪽에 1964년 세워진 탑이 남아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일본 내 마련된 유공자들의 터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학생들도 있었다. 신송식 광복군 관련 유공자의 후손인 허동현 경상국립대 화학과 학생(23·남)은 “이봉창 의사 순국지, 윤봉길 의사 순국지 같은 경우엔 외진 곳에 있기도 하고 일본 사람들에 의해 겨우 비석 형태로 존재하는 모습이었다”며 “허름하고 조그마한 터로 남아있더라도 이를 우리가 기억하고 예의를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계기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정판백 3·1운동 유공자 후손인 이다현 성균관대 경영학과 학생(25·여)도 “이봉창 의사의 터가 어린아이들이 공치고 노는 공터 한쪽에 마련된 모습을 보고 난 후 내가 감히 ‘후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한국에서 좋은 삶을 영위해도 되는 걸까 싶었다. 더 빨리 찾아뵙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며 “학생들이 보고 느낀 건 똑같았을 것이다. 후손으로서 더 번듯하게, 조상들이 부끄럽지 않게 멋지게 살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혜선 이사장 역시 “이번 역사 탐방은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독립유공자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마련된 여정”이라며 “일본 곳곳에 퍼져 있는 독립유공자들의 현장을 직접 본 후손 장학생들이 선조에 대한 자부심과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더해진 것 같다. 기대 이상이었고,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쿄·오사카(일본)=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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