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불끈’ 트럼프 사진 찍은 기자 “역사적 순간 직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직후 피를 흘린 채 주먹을 불끈 쥐고 선 사진 한 장이 ‘미국 대선 판도를 뒤흔들 사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진을 찍은 기자는 “총격 소리를 들은 순간 미국 역사에서 기록돼야 할 순간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 에번 부치 수석 사진기자가 13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장에서 총격 직후 촬영한 사진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결연한 표정으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치켜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을 내려오는 모습을 아래에서 담은 이 사진은 배경에 나부끼는 미국 성조기까지 더해져 강인한 인상을 준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노쇠한 이미지와 대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공화당 지지층 결집 효과를 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 사진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리며 “그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절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 사진을 찍은 에번 부치 기자는 2003년부터 20년 넘게 에이피 통신에서 일했다. 그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 전역으로 번진 흑인 인권 시위 현장을 취재한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다.

에이피 통신이 공개한 부치 기자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총격 소리를 들은 바로 그 순간 나는 이것이 미국 역사에서 기록돼야 할 순간임을 알았다”며 “이런 일을 하는 것이 기자로서 우리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가 수백번은 가본 평범한 유세 현장이었던 곳에서 갑자기 자신의 왼쪽 어깨너머로 몇 차례 펑 소리가 났다고 했다. 그는 “총격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며 “단상으로 달려가 트럼프 전 대통령 위를 감싼 경호 요원들을 찍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부치 기자는 비밀경호국 요원이 도착한 것을 보고 곧장 그쪽으로 달려갔고, 단상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며 관중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아래에서 찍을 수 있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 버틀러/AP 연합뉴스

부치 기자는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히 얼마나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머릿속에서 이 일은 매우 빠르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엑스에는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빠르게 이동해 침착하게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15일(한국시각) 기준 조회수 84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타임지는 14일(현지시각)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사진이 실린 8월5일자 표지를 공개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각) 자사 소속 사진기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가는 총알의 궤적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사진을 공개했다. 전직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마이클 해리건은 이 사진을 보고 “발사체로 인한 공기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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