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억 쓰더라"…수상한 중국인 유학생 정체에 '발칵'
기획 입국 후 불법체류자로 전락
유학생 모집에 브로커까지 개입
대학, 사설탐정 동원까지…관리 역부족
외국인이 유학비자를 받아 입국한 뒤 학업 대신 도박과 마약 등의 범죄를 벌이다 검거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입국한 유학생이 학교를 떠나 돈벌이에 나서는 등 대학이 불법체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 수 감소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지방대가 앞다퉈 유학생 유치에 나선 가운데 정작 학생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하는 유학생
강원경찰청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사기 등 혐의로 강원도 원주시의 한 대학 유학생인 20대 중국인 남성 2명을 쫓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유학생 신분의 두 사람이 서울의 한 외국인 카지노에서 하루에 20여억원을 쓴 것을 수상하게 여겨 인지수사를 벌이다 이들의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학은 “내규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과 어학연수생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자교 유학생의 이같은 범죄 행위를 인지하지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범죄는 점차 많아지고, 다양화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유학생 베트남인 A씨(28)는 SNS를 통해 베트남의 조직과 연락해 엑스터시와 케타민 등의 마약을 통영·진주·고성·하남 등에서 유통했다. 지난해 11월 경남 통영해양경찰청에 검거됐다. 지난달엔 대포차를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판매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 B(24)씨가 출입국당국에 붙잡히는 사건도 있었다.
유학생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불법 체류 외국인 유학생은 2019년 2만1970명에서 지난해 3만5504명으로 47% 늘었다. 지난해 집계된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18만1842명인 점을 고려하면, 불법체류 유학생이 전체 유학생의 4분의 1 수준인 셈이다.
교육업계는 외국인 유학생 모집 과정의 허술함을 지적한다. 유학비자(D-4)나 어학연수 비자(D-2)는 취업비자보다 취득이 쉬워 이를 이용해 한국에 입국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에서 10년째 유학원을 운영하는 류모 씨는 “통장 잔고 증명서나 성적표를 위조해주는 브로커가 만연하다”며 “한국에 가기면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한국 대학이 유학원에 학생 모집을 의뢰하고, 유학원이랑 연결된 불법 브로커들이 학생을 마구잡이로 끌어모으는 식이다.
사설탐정까지 쓰지만 관리 어려워
외국인 유학생이 학업을 중단하고 불법체류자가 되면 책임은 오롯이 대학이 진다. 정부가 유학생 관리·감독을 대학에 일임하고 있어서다. 교육부는 매년 실태조사를 벌여 유학생 불법체류율이 △학위과정 8~10% 이상 △어학연수과정 25~30%를 넘어선 대학은 이듬해 신규 비자 발급을 제한한다.
대학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유학생 개인을 관리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전북의 한 대학 관계자는 “유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전화를 거는 것 빼곤 방법이 없다”고 했다. 마음 먹고 사라진 유학생을 찾을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부 대학은 사설탐정을 고용하기도 한다. 사설탐정인 장재웅 웅장컨설팅 대표는 “대학으로부터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 달에 1~2건씩 받는다”며 “공장이나 농장은 물론 유흥업소에서 유학생을 찾는다”고 했다. 일부 대학은 신입 유학생이 1년 안에 사라지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학생 수가 부족하다’는 지방대의 건의를 받아들여 유학생 국내 입국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30만명까지 늘리기 위해 현재 유학비자 발급 기준인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등 어학요건과 재정 심사 기준을 낮추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 선발 단계에서부터 국내 입국 이유 등을 자세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서류와 면접에서 학업계획서를 세세하게 작성하게 하게 하는 등 학업 의지를 심층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선발해야 돈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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