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스타트업 울리는 ‘늑장 상장심사’… “자금줄 막혀 사업 스톱”

박지웅 기자 2024. 7. 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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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지연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상장심사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국내 기업이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한 후 45영업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9개월가량 예비심사를 받다 지난 2월 상장을 포기한 피노바이오는 "거래소 심사가 1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기술성 평가 이후 진척된 연구·개발(R&D) 성과를 적정 기업가치로 반영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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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영업일 내’가 규정인데
거래소 심사 1년 지연되기도
올 코스닥 58건 중 결론 ‘0’
‘하세월’에 신청 철회 속출
예비심사 승인 번복 사태도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지연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45영업일 이내’라는 심사 기한 규정이 있음에도 ‘늑장 심사’가 관행처럼 자리 잡으면서 신규 투자금 유치를 통한 자금 조달이 절실한 기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15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 총 58곳(스팩 제외) 가운데 기한 내에 결과를 통보받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이 중 25곳은 지난달 30일까지 심사결과를 공지 받았어야 한다. 상장심사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국내 기업이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한 후 45영업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이 지켜진 사례는 상반기 기준(코스피·코스닥) 지난 2021년 10곳, 2022년 5곳, 2023년 4곳 등으로 매년 감소해 왔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에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이 생기면서 올해 들어 상장 문턱이 더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문제는 심사가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상장 신청을 철회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9개월가량 예비심사를 받다 지난 2월 상장을 포기한 피노바이오는 “거래소 심사가 1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기술성 평가 이후 진척된 연구·개발(R&D) 성과를 적정 기업가치로 반영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도 단비교육(143일), 원유니버스(136일), 하이센스(126일), 나노시스템(99일), 노르마(92일) 등도 장기간 심사를 받다 상장을 철회했다. 상장심사 지연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상장 심사 중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사항들이 가끔 생긴다”고 해명했다.

늑장 심사에 이어 최근에는 예비심사 승인 결과를 번복한 사례도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이노그리드’는 지난달 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 취소’라는 이례적인 결과를 통보받았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에 대해 심사 효력을 불인정한 것은 코스닥 개장 이후 첫 사례다. 거래소는 ‘심사 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노그리드는 분쟁은 없었다며 재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앞서 이노그리드는 예비심사도 11개월이나 받아 투자나 신규 사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바이오벤처 A 사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대부분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이라며 “최근 정부는 각종 중소기업·스타트업 육성책을 내놓고 있는데 상장 지연으로 이들 기업은 고사 위기”라고 하소연했다. ‘늑장 상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거래소는 최근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존 심사 체계를 세분화해 기술특례 기업 심사와 일반 기업 심사를 분리해 심사 지연을 막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사와 사전 협의해서 주요 문제사항을 미리 논의한다고 했는데 관련해서 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며 “주관사에 책임 떠넘기기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웅 기자 topsp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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