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출생’이 77%인데… 정부혜택은 ‘북한출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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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16명, 판다 93명, 태극 12명.
전교생 총 121명 중 77%를 차지하는 '판다'는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중국 등 제3국 출생 학생들을 일컫는 별명이다.
제3국 출생 학생들이 북한 출생 학생들을 능가하는 현상은 비단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중국 등 제3국 출생 학생은 전체 북한배경 학생의 41.5%로 북한 출생 학생 비율(58.5%)에 미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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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구성 바뀐 한겨레중고교
南적응 넘어 한국어교육 초점
尹대통령 “다양한 지원 제도화”
일부선 “똑같은 대우는 불공평”
호랑이 16명, 판다 93명, 태극 12명. 전교생 총 121명 중 77%를 차지하는 ‘판다’는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중국 등 제3국 출생 학생들을 일컫는 별명이다. ‘호랑이’는 북한, ‘태극’은 남한 출생 학생들을 일컫는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호랑이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상황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만들어진 특성화 학교 한겨레중고등학교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남한 사회 적응’이라는 교육 목표를 확장해 ‘한국어 교육’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12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한겨레중고등학교 고2 수학 수업 시간, 학생들이 ‘통계 전략 게임’에 직접 참여해 확률을 배우고 있었다. 한 학생이 “계산해니(계산해보니) 육십… 얼(二·숫자 2) 같은데?”라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도 중국어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급식 배식소 앞엔 한글 병기 없이 ‘浪費是極大的犯罪(낭비는 큰 죄악이다)’라고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쉬는 시간 복도엔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훨씬 많이 들렸다.
이 학교 학생 10명 중 1명 이상(15명)은 아예 한국어를 못해 정규 교과 과정을 따라가기 어려워한다. 학교는 이들을 따로 모아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이진희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은 “과거엔 남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주된 교육 목표였다면, 이젠 한국어 교육도 중요한 축이 됐다”고 설명했다.
제3국 출생 학생들이 북한 출생 학생들을 능가하는 현상은 비단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중국 등 제3국 출생 학생은 전체 북한배경 학생의 41.5%로 북한 출생 학생 비율(58.5%)에 미치지 못했었다. 하지만 제3국 출생 학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71.1%)엔 북한 출생 학생 비율(28.9%)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정부도 북한이탈주민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열린 첫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 출생 자녀뿐 아니라 제3국 출생이나 국내에서 태어난 자녀를 위한 양육과 교육 지원도 제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에서 출생한 학생들은 정착금·대학 특례 전형·장학금·취업 지원 등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제3국이나 한국에서 출생한 학생들에겐 별다른 지원이 없는 실정이다.
이를 둘러싸고 북한 출생 학생과 제3국 출생 학생 사이 의견도 갈린다. 북한에서 온 A 양은 “우리가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은 북한 사회 내에서, 탈북 과정에서 받은 고통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에서 편하게 온 친구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털어놓았다. 이 교장은 “한국에서 태어난 북한이탈주민 자녀에 대한 현황 파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북한이탈주민 자녀는 저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만큼, 섬세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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